다섯 살 아이의 세상_6월, 7월
아마 지금만 할 수 있을 것 같은,
다섯 살 아이의 귀엽고 재밌는 말들을 기록 중이다.
지 새끼 귀엽다는 얘기를
굳이 브런치에 써야 하나 싶지만
혹시 재밌어할 분들이 계실까 해서. 하하.
주말 아침에 머리를 감고 있는데
아들이 화장실 문을 똑똑 두드린다.
아빠 뭐해?
응, 아빠 머리 감아. 왜?
아빠 보고 싶어서.
유치원에서 책을 하나 받아왔다.
제목은 <사랑은 어디에나 있어>
아이에게 물었다.
우리 집엔 사랑이 어디에 있어?
엄마!
엄마가 사랑이야? 아빠는?
아빠는 안사랑이야. 수염이 많아서.
…애정표현이 아주 롤러코스터다.
아침에 일찍 깨서는
자고 있는 아내를 톡톡 두드려 깨운다.
엄마~ 나야 ㅇㅇ이~
저녁 시간에
웬 일로 엄마를 돕겠다며
식탁에 수저를 척척 놓더니,
멸치볶음 통 뚜껑을 열고 퍼먹기 시작한다.
ㅇㅇ아 그렇게 먹으면 안 돼~ 밥이랑 먹어야지~!
엄마, 내가 멸치 맛 좀 봤어~
능구렁이가 다 됐다.
이번 생일 선물은
할머니가 사준 레고와
엄마 아빠가 사준 슈퍼윙스!
선물을 뜯고 신나 하더니,
아빠, 이제 다른 선물도 가져와~
선물 더 없어~!
아빠 내일은 월드비행본부 사줘~
어 그럴게…
‘모든 기능’이라는 말을 배우고는
뭐든 기능.
ㅇㅇ아, 모든 기능.
아냐, 뭐든 기능.
모든 기능.
엄청 기능!
그래 무슨 뜻인진 알겠다. 하하.
운전이 조금 미숙한 어르신들 차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 같은 게 좀 있으면 좋겠어.
아내와 고령 운전자 분들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데 아들이 끼어든다.
운전 잘하면 스티커 받고!
안 잘하면 스티커 안 받고!
큭큭, 그래 스티커는 너에게 그런 존재.
인형놀이를 하다가
생선을 욕심내서 먹은 팡팡이에게 (인형 이름이다)
생선은 많이 먹으면 안 돼 짭짤해서!
밥이랑 같이 먹어야 돼!
잘 배웠네 아들!
퇴근 후 집에 왔는데,
아빠! 엄마가 벌레를 잡았어!
와 그래? 엄마가 용기를 냈네!
그러게~ 엄마~ 이제 벌레 안 무섭지~
벌레 앞에서 만큼은 아들이 어른이다.
이번 감기는 좀처럼 안 떨어진다.
하나님, 우리 ㅇㅇ이 콧물 기침 빨리 낫게 해 주세요.
오늘 또 병원에 갑니다. 은혜 주세요~ (소곤소곤)
아빠, 작게 말하면 하나님이 안 들려.
앗, 그렇구나!
벌써 두 달이 또 이렇게 흘렀구나.
8, 9월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