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을 브랜딩하는 커피브랜드, 프릳츠
미국에서 Quiet Quitting이 유행이라고 하는데요.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 선언입니다. 직장을 당장 그만두진 않지만, 회사와 일이 중심이 되는 사고와 거리를 두고 받는 만큼만 일하며 개인의 삶을 돌보겠다는 거죠.
이슈가 되기 시작한 게 지난 7월인데, 국내 언론을 통해서 아직도 꾸준히 기사화 되고 있는 걸 보면 한국 사회에서도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내용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 혼란한 시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일 잘하는 기업문화, 각종 커리어 콘텐츠, 갓생 챌린지 같은 것들이 인기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한편에서는 Quiet Quitting이라는 이름으로 일과의 거리두기를 이야기하고 있네요. 과거에는 세대차이 정도로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MZ라는 단일 세대 안에서도 일과 직장에 대한 상반된 인식이 경쟁적으로 양립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구성원의 몰입을 이끌어내야 하는 조직 관리자와 관련 담당자 분들에게는 갈수록 어려운 환경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의 평균 퇴직 나이는 49.3세라고 하는데, 더 이상 경제적 안정을 담보로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요구하는 것도 어려운 게 현실이죠.
저는 이제 '주인의식'이 아닌 '직업의식'에 주목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회사 안에서의 성공과 승진에 구성원들을 가두기 보다는, 그들이 스스로 선택한 직업의 의미를 보다 단단하게 정의하고, 각자가 훌륭한 직업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죠.
그걸 정말 잘 하고 있는 회사로 저는 '프릳츠커피컴퍼니'를 꼽고 싶습니다. 물개 캐릭터로 많이 알려진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인데요.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 쯤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프릳츠를 디자인과 외적인 브랜딩이 훌륭한 회사로 알고 있지만, 사실 프릳츠가 궁극적으로 브랜딩하고 있는 것은 회사도, 제품도 아닌 '직업'입니다. 빵이 좋아서, 커피가 좋아서 바리스타/제빵사가 된 구성원들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직업에 대한 철학과 태도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기술자로서 존중받는 업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프릳츠 허민수 셰프의 말입니다.
"저희는 비영리 조직도 아니고 사회적 기업도 아닌 일반 회사지만, 훌륭한 직업인을 육성하는 것도 사회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믿어요. 또 저희가 정성껏 만드는 빵과 커피를 누군가 먹고 또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면, 그것 역시 사회에 이바지하는 길이겠죠. 프릳츠가 프릳츠의 일을 잘 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모두 각자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면, 이 세상 많은 문제가 해결되리라 생각해요."
책 <프릳츠에서 일합니다> 중
프릳츠가 구성원에게 강조하는 건 '직업의식'입니다. '주인의식'이라는 이름으로 회사가 이루려는 사업적 목표와 과업에 참여하길 독려하는 게 아니라, 구성원이 기술자로서 잘 먹고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집중합니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구성원들의 탁월한 실행과 고객의 만족, 시장의 선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미디어 아웃스탠딩에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