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회사 동료들과 꼭 하는 얘기가 있다.
“올해는 진짜 뭔가 해야 하는데…”
여기서 '뭔가'라는 건 각자 하고 있는 고민에 따라 다양하다. 커리어를 개발하기 위한 자격증 취득일 수도 있고, 더 나은 회사로의 이직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주식, 코인, 부동산 대박일 수도 있고, 흔치는 않지만 개인 사업을 시작하는 일일 수도 있겠다.
하려는 게 무엇인지는 달라도 모두가 원하는 건 같은 듯했다. 10년, 20년 뒤가 빤히 예상되는 월급쟁이 생활에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쉽지. 회사 일 바빠서 못하고, 바빴으니까 좀 쉬느라 못하고, 주말엔 애랑 놀아주느라 못하고. 그러다 연말이 되면 "아무것도 못했는데 올해 벌써 다 갔네." 하며 별 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2021년 연말은 조금 달랐다. 하반기부터 조직문화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브런치에 글을 남기기 시작했는데, 그 글이 계기가 되어서 HR 배경이 전혀 없는 재무 담당자인 내가 새해부터 모 채용 플랫폼의 HR 커뮤니티 필진으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사내 칼럼니스트, 독자 없는 브런치 작가를 거쳐 갖게 된 나의 첫 외부 커리어였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연말 푸념을 늘어놓는 동료들 사이에서 엣헴- 하며 내 성취를 자랑했다. 비록 그들은 글쓰기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지만 내가 뿌듯하면 됐지 뭐.
예년과 다르게 이런 전환점을 만들 수 있었던 건 '혼자만의 시간' 덕분이었다. 커뮤니케이션 코치 김호 님의 책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많은 사람이 무언가 해보겠다는 의도만 갖고 고민을 한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려면 그 일을 하기 위한 자원부터 확보해야 하는데, 가장 기본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45p)
퇴근 후에는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아빠가 집에 오기만을 기다리는 네 살짜리 아들과 저녁시간을 보내고, 육퇴 후 아내와 잠깐의 대화시간을 가지고 나면 시간은 이미 10시, 11시였다.
새벽 시간을 만들기로 했다. 작은 방에 책상을 하나 마련하고, 5시에 일어나 거기서 출근 전까지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삽질하는 거 아닌가 싶었던 그 시간들이 모여서 나에게 외부 기고라는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새벽 기상이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기 시작한 후로는 일주일에 두 번 평일 저녁에 카페로 퇴근해 나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동안 동도 트기 전에 일어나 뭔가 해보겠다고 용쓰는 내 모습을 지켜봐 온 아내는 혼자 아이를 돌보는 수고를 감당하면서 흔쾌히 그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일주일에 두 번이지만, 어린아이를 키워본 분들이라면 그게 얼마나 큰 배려인지 아시리라 생각한다. 나는 그 시간 덕분에 더 집중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또 다른 커리어를 한 줄씩 추가해 갈 수 있었다. 물론 아직 미약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만드는 일은 여러모로 어렵다. 가족이나 연인의 배려를 구해야 하고, 때론 갑작스러운 회식이나 애매한 약속에 대한 거절을 고민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변화를 만들기 위해 시간은 꼭 필요하다. 중요한 건 해보려는 일에 대한 나의 진심이다. 그것이 나의 가족과 연인을 조금은 쉽게 설득시켜 주기도 하고, 지금 나한테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도 한다.
심지어 해보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도 나만을 위한 시간은 꼭 필요하다. 나는 오늘도 그 진심이 담긴 시간을 통해서 그동안 직장에서는 맛보지 못했던 성장을 경험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