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사과의 조건

그리고 조금 더 맛있는 오늘

by 광현



벌써 4년째, 이맘때쯤 항상 한 상자씩 주문해 먹는 사과가 있다. 매번 품질에 변함없이 없고, 덕분에 맛있는 사과는 이런 맛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됐다. 평소 과일을 그렇게 찾는 편이 아닌 나도 알이 작지 않은 녀석 하나를 앉은자리에서 쓱싹 비운다.


시즌이 되어야만 SNS로 살 수 있어서 주문이 안 될 땐 그냥 마트에서 사 먹는데, 내가 보는 눈이 없는 건지 골라오는 대부분이 그 맛있는 사과의 근처에도 못 미친다. 분명 아삭하고 달콤한 사과의 성질을 가졌는데, 왠지 모르게 물 탄 듯 밍밍한 것이 영 만족스럽지 못하다.


올해도 역시 그 사과를 주문했다. 이번에는 마트 출신들도 냉장고에 몇 알 남아있는 상태였다. 이것들을 번갈아 먹던 중 알게 된 건, 맛있는 사과를 결정짓는 게 의외로 '신맛'이더라는 거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다)


이 사과는 당도와 식감도 물론 훌륭하지만, 다른 보통의 사과와 비교할 때 산도가 특히나 압도적이다. 오렌지나 레몬에서나 느껴질 법한 기분 좋은 신맛이 높은 당도, 경쾌한 식감과 어우러지면서 마지막 한 입까지도 질리지 않는 맛을 낸다. 아직 입 대지 않은 온전한 사과를 아삭! 하고 깨물어 먹는 그 상큼한 느낌이 접시가 빌 때까지 유지되는 것이다. 사과라는 과일을 신맛과 연결 짓는 게 조금 어색할 수 있는데, 나도 이 맛있는 사과를 먹어본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이다.


그 사과다. 상큼함이 사진으로나마 전해지면 좋겠다.


우리는 매일 맛있는 하루를 기대하며 산다. 내가 베어 무는 오늘이 싱거웠던 어제와 다르게 새콤달콤하길, 잠자리에 누웠을 때 후회가 없이 만족스럽길 바란다. 그러려면 내 일상의 맛있음을 결정짓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내가 사과의 맛을 결정짓는 게 의외로 신맛이라는 걸 알게 되었던 것처럼.


작고 낯선 경험들을 반기고, 그중 내 마음에 드는 것들을 부지런히 기억하고, 기록해야 한다. 왠지 하루가 신맛이 모자란 사과처럼 밍밍-하게 느껴지는 날, 도토리 모으듯 저장해둔 그 행복감을 기다렸다는 듯이 꺼내먹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힘들 때 자기 노래를 초콜릿처럼, 사과처럼 꺼내먹으라는 노래도 있지 않나.


행복한 사람들의 '마음의 기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어떻게 구성하는지를 배우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행복한 사람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일상을 다른 마음으로 살고 있을 수도 있지만, 애초부터 서로 다른 일상을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중략) 어떤 음식을 먹더라도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부터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책 <굿 라이프>,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각자 마음속 냉장고의 문을 열어보자. 혹시 쓸쓸하게 비어있다면 부지런히 눈을 돌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을 찾자. 그것들로 내 일상을 채우자. 그렇게 조금 더 맛있는 내일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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