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뜯는 아이, 부모의 마음
작년 2월부터 아이가 손톱을 뜯기 시작했다. 엄마와 단둘이 집에서만 지내는 게 힘들었던 건지, 아이는 해소되지 않는 욕구와 스트레스를 그렇게 풀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바깥 활동이 많아지면 좀 괜찮아지겠지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한 번 생긴 습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매일마다 조금씩 줄어드는 아이의 손톱을 확인하는 일은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아이는 손톱이 너무 짧아져 잘 뜯어지지 않으면 주변의 살점을 뜯었다. 매일 저녁 목욕을 하고 나면 살이 뜯긴 자국들이 물에 불어 너덜거렸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아내와 나의 마음도 누더기가 되곤 했다.
손톱 뜯는 아이와 함께 한 20개월. 아내와 내가 했던 여러 가지 시도와 고민들을 시간을 되짚어 기록해본다.
아내와 내가 처음 했던 건 안된다고 알려주는 거였다. "ㅇㅇ아 안돼. 손톱에 있는 세균이 뱃속에 들어가서 배 아야 해. 뜯지 마." 당시 두 돌이 조금 안 된 아이가 얼마나 알아듣는지 모르겠지만 부디 우리 마음이 가 닿길 바라면서 정성을 다해 설명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달이다. 아니 한두 주였을지도 모르겠다. 단호하면서 따뜻한 훈육은 효과가 없었고, 우리의 인내심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손톱을 뜯는 아이를 혼내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나 잠자리에서 졸음을 반찬삼아 무아지경으로 손톱을 먹고 있는 아이를 볼 때면 걱정되는 마음에 큰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손을 억지로 붙잡고 말려보기도 했다. 그럴 때면 아이는 몸부림을 치며 울었다. 엄마 아빠와 씨름하며 받는 스트레스는 또다시 아이가 손톱을 뜯는 동기가 되었다. 이게 아닌데... 악순환이었다.
화를 내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뒤부터는 장난을 섞어 제제해보기도 했다. 아이가 손톱을 뜯는 게 보이면 "아빠도 한 입만 주라~"하면서 달려들었다. 웃는 얼굴로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는 아이를 붙잡아 침대 위에서 엉긴다. 아빠와 업치락 뒤치락 장난을 치는 사이에 손톱 뜯는 걸 까먹길 바랬다. 하지만 손톱 뜯기에는 하루 총량이 정해져 있는 걸까. 장난이 끝나면 어김없이 입으로 손을 가져다 댔다.
손가락 빠는 아이에게 특효라는 일본 동화책 「손가락 문어」를 사서 손톱 버전으로 개사해서 읽어줬다. 그림체와 내용에 일본 특유의 기괴한 느낌이 묻어있는 책이다. 아이가 처음엔 움찔하는 것 같았는데, 언제부턴가 그냥 아기돼지 삼 형제와 크게 다를 게 없는 동화책이 되어버렸다.
한 번은 손톱 뜯는 아들을 키우는 지인이 우리 아이에게 "손톱 자꾸 뜯으면 여기 형아처럼 병원 가서 아프게 치료받아야 해~!"라고 겁을 준 적이 있다. 아이는 벌게진 얼굴로 당황하며 웃더니, "집에서 고치면 되죠~!"라고 말했다. 적잖이 놀란 속이 빤히 보여서 마음이 안 좋았다. 겁을 줘서 고치는 건 아무래도 우리 스타일이 아니다.
아이와 대화가 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손톱 뜯는 습관의 안 좋은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우리 손톱에는 세균이 많은데 그게 입에 들어가면 배가 아프다, 손이 안 예뻐져서 친구들 보기에 부끄럽다, 손톱이 없으면 얇은 물건 집기가 어렵다, 가지런한 이가 삐뚤빼뚤 해진다 등등 온갖 이유를 대며 아이를 설득했다.
배탈이 나서 병원에 갔던 날엔 의사 선생님께 "우리 아이가 손톱을 뜯는데, 그것 때문에 배가 아플 수도 있나요?"라고 일부러 여쭤보기도 했다. 우리의 눈빛을 본 선생님이 의도를 이해하고 "그렇지요~ 손톱 뜯으면 배가 아플 수 있어요~"라고 센스 있게 맞장구를 쳐주셨지만 의사 선생님의 권위도 이렇다 할 효과가 없었다.
우리는 기독교 가정이다. 아이가 손톱을 뜯고 싶어 할 때 그 손을 붙잡고 함께 기도해보기도 했다. 하나님, ㅇㅇ이가 손톱이 자꾸 뜯고 싶은데 도와주세요. 참을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어느 새벽이었다. 잠에서 깬 아이가 누운 채로 중얼거리는 말을 들었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하나님 도와주세요." 나중에 아이에게 물어보니 손톱이 뜯고 싶어 기도를 했다고 말했다. 짠했다. 아이가 겨우 세돌 즈음됐을 무렵이었다. 당장 그 습관이 고쳐지진 않았지만 아이도 손톱을 뜯고 싶어서 뜯는 게 아니라는 건 확실하게 알았다. 그때부턴 정말 아이에게 손톱 문제로 화를 낼 수 없었다.
그 후로 손톱에 뽀로로 반창고를 붙여보기도 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 슈퍼윙스의 대사 "슈퍼파~워~!"를 외쳐가며 뜯고 싶은 마음을 이겨보려고도 했다. 온갖 방법들을 써봤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없었다.
장기전으로 가는 건가- 하며 체념하기 시작했던 올해 10월. 아이의 습관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좀 허무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손을 빠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부모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그 매니큐어처럼 생긴 쓴맛 나는 제품 덕분이었다. 알로에 추출물로 만든 제품이라고 했다. 맛을 보니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로 엄청 떫고 쓰다.
우리가 끝까지 쓰지 않던 방법이었다. 충격요법으로 해결하면 결국 그 스트레스가 다른 습관으로 옮겨가게 돼 있다는 말을 언젠가 들어서였다. 효과에 대한 큰 기대가 없기도 했다. 근데 언제 그런 습관이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깔끔하게 고쳐졌다. 일주일 정도 사용하니 더 이상 쓸 필요가 없게 됐다.
드디어 아이 손끝에 하얀 손톱이 초승달처럼 자랐다. 아내와 함께 아이의 손을 보며 말 없이 감격의 순간을 나눴다. 너무 고생했다 우리. 요즘은 어린이집에서 미술활동을 한 날이면 아이의 손톱 밑에 물감이 잔뜩 끼어있다. 그것마저 감동. 정말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그간 했던 고민의 무게에 비해 정말 쉽게 고쳐졌지만, 우리는 "진작 써볼걸 미련하게!" 같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검색해보면 그 제품을 써도 딱히 효과를 못 봤다는 가정이 여럿 있다. 우리가 그간 아이와 함께 씨름하고, 고민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적절한 때에 우리 아이에게 잘 맞는 방법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대부분의 육아 문제가 그렇듯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 육아의 정신적 지주인 오은영 박사님 말대로, 아이가 손톱을 뜯더라도 사랑으로 품고 이해하는 부모의 마음이 중요할 뿐이다. 나와 아내는 '아이도 뜯고 싶어서 뜯는 게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 상황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이 조금 넓어졌던 것 같다.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최근에 TV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손톱 뜯는 아이 문제를 다루었다. 아래에 링크를 남긴다. 나와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들이 아이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