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에 관심을 가지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자꾸 보이고, 또 새로운 일들이 따라붙는 것 같기도 합니다. 두서없이 남겨봅니다.
매주 금요일에 본부 주간회의가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제가 회의자료 준비를 담당하게 됐어요. 회의자료를 보면 본부 전반의 현안을 파악하는 데 나름 도움이 되는데, 이 자료가 회의 참석자인 본부 임원과 팀장님들 위주로만 배포되고 있는 게 아쉬웠습니다. 딱히 직원들에게 숨겨야 할 정도의 사안이 포함되는 자료는 아닙니다. 각 팀장님들이 팀원들에게 잘 전달을 해주시긴 하지만, 깜빡하고 안 보내면 그냥 못 보게 되기도 하는거죠.
그래서 지난주 회의자료는 제가 참석자들에게 배포하면서 본부 전체 직원들에게도 메일로 다 뿌려버렸습니다. 너무 나대는 것처럼 보일까 봐 숨은 참조로 넣어서. 하하. 이제 제가 회의 준비를 담당하는 동안은 모든 구성원들이 예외 없이 자료를 전달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다음 담당자에게도 그렇게 인수인계할 거고요. 회의 준비를 맡게 됐을 땐 귀찮은 일 같기도 했는데, 그 안에서 조직의 변화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일 하나를 찾은 것 같아 뿌듯하네요.
총 40명으로 구성된 저희 실의 조직문화 담당자로 선정됐습니다. 컬처 디자이너라는 그럴듯한 이름이네요. 전임자가 왠지 잘할 것 같다고 제안해주셨는데, 제가 조직문화에 워낙 진심이다 보니 욕심만큼 결과물을 내지 못할까 봐 오히려 망설여지더군요. 결국은 하기로 했는데, 왠지 어려울 것 같고 걱정이 되는 걸 보니 분명 내가 배울 것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어제 전임자와 함께 실장님을 찾아갔더니 웃으시면서 "왜 자원했어?" 하고 의아해하시네요. 제가 워낙 평소에 조용히 지내는 성격이라 그러셨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어제는 그냥 그렇게 됐다고 말씀드리고 말았지만, 조직문화에 대한 제 관심과 진심을 언제 한 번은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런 종류의 일은 기피하고 싶어 하고, 부수적인 일로 생각하지만 저는 대충 할 생각이 없거든요. 그저 조직 분위기를 조금 말랑하게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직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 한두 가지는 만들어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주변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지만, 되든 안되든 한 번 해보려고요. 그 과정에 또 어떤 배움과 성장이 있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