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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젠가 Apr 10. 2024

나의 갑상선 암 치료기

삼계탕이 뭐라고

건강검진을 하면 보통 대장내시경을 기본으로 한다. 이를 위해 장준비를 하는데 그 과정이 꽤나 힘들다. 

2월의 어느 날, 밤새 폭풍설사에 시달리고 금식을 하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추위와 피로 그리고 허기짐으로 지쳤다. 그리고 수면 내시경을 받고 잠이 덜 깬 상태에서 갑상선 초음파를 하며 암이 의심된다는 소리를 듣고 나니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그 당시 남편은 새로운 사업을 도모하느라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새롭게 시작하며 사업 자금을 도와달라 요구했는데, 20여 년의 결혼생활동안 그는 4번의 폐업을 하고 1번의 퇴사를 했다. 그리고 나 몰래 우리가 사는 아파트를 80프로까지 저당 잡혀 집을 날릴뻔했다. 그때마다 그 엉망이 된 상황을 수습한 건 나였다. 그리고 친정엄마의 경제적인 지원과 도움으로 그 집을 건질 수 있었다. 그런데 또 그 집을 빼서 전세를 나가고 나머지로 사업자금을 대 달라는 요구를 하며 마지막이니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이번엔 정말 나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어쩌면 그가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고 도망칠 때마다 묵묵히 참고 그 상황을 정리하고 이겨낸 게, 아이들을 생각해서 일상에 균열이 나지 않게 인내하고 나를 갈아 넣어서 일상을 유지한게 그에게는 독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가 넘어져도 당연히 뒤에 보호막이 있다는 생각에 그는 늘 끝까지 무언가를 도모하지 못했고 힘든 상황이 닥치면 외면하고 도망쳤다. 그리고 그가 도망치면 , 아니 그전에 내가 먼저 나서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고민하고 해결했다. 그런 것이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그를 악착같이 살지 못하게 한 것일 수도. 그래서 이번엔 정말 당신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 보라고, 새로운 도모를 하고 싶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 힘으로 해결하라고 부탁을 했다. 


그는 , 처가나 부인이 분명 자기를 지원해 줄 힘이 있는데 자신을 외면한다 여기고 서운해했다 그 서운함을 숨기지도 않았다. 남편이 집에 없어도 늘 그러하듯이 일상을 내가 꾸려가면 된다고 여겼는데 막상 병원에서 암일지도 모른다는 소견을 들으니 나에게도 보호자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 전화해서 내가 아직 수면 마취가 덜 풀린 데다가 검사하다 이상소견도 들었으니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병원 앞에 나타나자 그게 뭐라고 안심이 되며 눈물이 났고 이런 모든 불안한 상황들을 강하게 버티고 있다 여겼지만 그게 아니었는지 힘이 탁 풀렸다. 그리고 그에게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다. 금식하고 검사하느라 너무 춥고 힘든데 삼계탕이 생각난다고 했다.


지금 돌아보면 삼계탕이 뭐라고. 

그는 주의가 산만한 건지 성질이 급한 건지 장소와 지명들을 잘 기억을 못 한다. 그리고 길을 잘 못 찾는다. 내가 삼계탕이 먹고 싶다 하자 그는 말없이 운전을 하더니 그  삼계탕집 앞골목에서 먼저 들어가서 주문하라고 주차하고 담배 한 대 피우고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삼계탕집에서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도록 30분이 넘게 그가 들어오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동네에서 15년을 살았는데 우리가 가던 삼계탕집과 갈비탕집을 헷갈려서 갈비탕집 주차장을 찾아 헤매다가 내가 말한, "저쪽에 주차장에 주차하면 된다"를 트집 잡아 저쪽에 주차장이 없자 또 화를 못 이기고 나에게 퍼부었던 것이다.


그는 그날 그 삼계탕집에서 화를 퍼붓고 수면 마취가 덜 풀린 나에게 차키를 집어던지고 삼계탕집에 나를 버려두고 나갔다. 그리고 그 길로 짐을 싸서 또 집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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