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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ther May 15. 2019

글감이 없다는 투정

에 친구는 말했다.


중학교 때부터 함께 했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그 시절, 키 160이 겨우 될까 말까 하는 - 여전히 그렇다 - 내 양 옆에는 170이 넘는 롱다리의 빼빼 마른 친구들이 함께 했었는데 속으로 ‘우린 참 웃긴 조합’이라고 자주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린 변하지 않은 채로 만나고 있고, 한참 수다를 떨다 아깝게 흘러버린 시간을 아쉬워하며 다음을 기약하곤 한다.


친구는 스리랑카에서 2년 가까이 살다 올해 1월 한국에 들어왔다. 그동안 서로 정신이 없어 만나지 못하다가 갑자기 6월 초 다시 스리랑카로 갈 수도 있는 상황이 된 친구의 소식을 듣고 급히 날을 정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는 어색함을 느낄 겨를도 없다. 만나자마자 스리랑카에서 사 온 선물을 가득 품에 안기는 친구.


스리랑카의 차와 에코백, 코스터, 마사지 크림... 충만해진 마음.


그런 친구와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것,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길 같은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나는 글을 쓰며 사는 인생을 꿈꾸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글감이 없어서 글을 쓰지 못하는 참담함을 느끼는 중이라고도 전했다.


그러자 친구는

글감이 없다는 그 고민을 글로 적으라 했다.


글감이 없다는 것도 글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그냥 그렇게 또 시작해보는 건데 말이다. 매일 어떻게든 글을 써보려 했던 브런치 초창기의 마음가짐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무작정 다시 쓰기 시작한다. 정말 오랜만에.


친구는 떠나는 삶, 잠시 동안 돌아오지 않고 새로운 터전에 집을 짓고 살아보는 삶을 계속하는 중이다. 나는 그런 그녀의 용기와 도전에 늘 감탄할 뿐이다. 서울이란 도시에 적응하고 버티는 삶 이외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나에게 떠나는 용기, 잠시 동안 돌아오지 않을 수 있는 용기는 실로 엄청난 것이니 말이다.


그녀의 두 번째 도전이 꼭 성사되기를 바라며 집으로 가는 길, 글감이 없다는 건 그냥 투정이었구나 싶다.


2012년 이탈리아 여행 때 사다준 팔찌를 아직도 하고 다니는 친구. 샤워할 때도 같이 씻는다고 ㅋㅋㅋ 고맙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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