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서
동네 미용실을 갔는데 두명의 스탭 중 한명이 남자친구를 만나려는가 보다.
어느새 나는 투명인간 취급이다. 뭔가 분주하고 들 떠 있다.
동료에게 혹시 화장이 뜨지 않았냐며 몇 번을 확인하며 거울 앞에서 떠날 줄 모른다.
사실 내가 보기엔 들뜬 화장이나 계절에 맞지 않아 보이는 연초록의 니트는 별 상관없어 보였다.
그녀에게는 그 어떤 특별한 메이크업 기법이나 완벽한 패션 스타일도 따라 갈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의 한껏 상기된 표정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십분 정도 지났을까 남자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헐레벌떡 가게문을 열고 들어 오더니
간식거리와 꽃다발을 가게 한편의 소파에 두고 도망치듯 나갔다.
잠시 동안이었지만 거울사이로 보이는 남녀의 눈짓은 마치 온 세상에 둘만 있는 듯 했다.
두 사람의 생동감 있는 몸짓과 표정은 한동안 그 공간을 가득 채웠고 내 마음 또한 따뜻해졌다.
덕분에 나는 머리만 자르러 갔다가 요 근래 마음에 돋았던 가시까지 잘려나간 기분이다.
운수 좋은 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