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킹브릭
영동대교를 넘어가는 길.
포물선을 그리며
철새 한무리가 날아오릅니다.
뭉쳤다가 펼쳤다가를 반복하면서.
그 순간 매번 익숙했던 회색빛 도시가
먹으로 그려낸 액션페인팅 작품처럼 보입니다.
차가운 표정으로 서 있던 인공물 위에
살아 움직이는 자연물이 겹쳐지니
새로운 감각의 장면이 연출됩니다.
그 장면에서 영동대교와 도시는
철새라는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배경일 뿐이죠.
하지만 철새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내 시선을 잡지 못했을 것이고
신선한 감흥을 만들어 내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철새를 끌어들일 수 있는 영동대교가 되고 싶다고.
주인공이라는 배역을 내어 주고 배경이 되더라도
사람들에게 인상 깊고 새로운 감각을 주는
장면을 만들 수만 있다면 그만이라고.
그걸로 보는 사람의 세계가 조금이라도 풍성해지고,
도시의 풍경이 좀 더 나아진다면 좋겠다고.
#씽킹브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