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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Feb 17. 2020

계획말고 기획

씽킹브릭

살다보면 모든 것이 기획입니다. 그냥 생각없이 살면 모를까 오늘 뭘하고 어떤 일을 할지 선택하고 계획을 세우는 모든 것들이 기획이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기획과 계획의 차이는 뭘까요? 계획은 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How)의 차원이라면, 기획은 목표 달성을 해야할 이유부터 생각하는 근원적(Why) 차원입니다. 또한 계획 속에는 내가 중심이 되지만, 기획은 설득할 대상을 염두해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계획적인 삶보다는 기획적인 삶을 추구하고 꿈꿉니다. 계획적인 삶은 포기하기하더라도 기획적인 삶을 살고 싶습니다. 기획력이 있어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고, 내가 가진 비전을 실현하는 기초적 힘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기획력은 어떻게 생길까요?
획기적인 기획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걸까요?
그런게 있긴 할까요?!

유능한 패션디자이너는 옷 입는 센스도 정말 뛰어납니다.
디자인 잘하는 회사는 회사 명함 디자인 하나도 끝내줍니다. 홍보 잘하는 회사는 당연히 자신도 홍보 기막히게 잘합니다.

그런데
많은 기획과 경영관련 서적을 읽어 봤지만,
책 자체의 기획이 잘 된 경우를 거의 못 봤습니다.
좋은 기획관련 서적이라고 봤더니, 책 자체의 기획이 빠져있었습니다.
기획에는 좋은 내용도 필요하지만, 그걸 돋보이게할 참신한 형식도 필요합니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시선을 끌만한 형식이 별로라면 읽을 마음이 싹 사라지죠.

그런데 이 책 ‘기획은 2형식이다 (남충식 저)’는 제목 자체로도 굉장히 매력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내용도 좋지만 형식마저 근사합니다.
설사 내용이 여타 기획서들과 비슷하더라도, 말하는 형식이 다르니 완전히 새롭고 다르게 다가옵니다. 각종 설문 차트 붙여 넣기와 마케팅 이론 툴을 대입하는데 지친 실무자들이라면 정말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입니다. 각종 차트와 툴을 ‘2형식’으로 끝냅니다.

저자는 이 2형식 공식을 만들어 모든 기획의 방법들을 쉽게 풀어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 모든 공식도 ‘스토리’가 없다면 소용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기획을 영화 스크립트를 쓰듯이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결국 ‘기획안’이란  혼자서 보는 게 아니고 누군가의 동의를 구하거나 설득하는 목적의 문서입니다. 사람들이 설득 당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결정적 이유는 결국 상대의 극적이고 감동적인 이야기때문일 때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챠트’가 아니라,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거니까요.

책을 읽는 중에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한편의 영화 안에서도 수십개의 기-승-전-결이 있었던 걸 떠올렸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기획서가 하나의 시나리오라면,
기획서를 쓰는 내가 시나리오 작가라면
어떻게 전체 기획의 스토리를 구성해야할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 전 기획서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집니다.

‘기획의 2형식’의 공식을 뼈대로 하고,
그 위에 매력적인 스토리를 입힌다면
그 어떤 사람도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탄탄하고 흥미진진한 기획서를
만들 수 있을거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마치 내가 쓴 기획서의 시나리오가
미래 오스카상을 수상할 것 같은
자신감이 한 껏 차오르는 책이었습니다.

#씽킹브릭
#기획은2형식이다
#남충식 #휴먼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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