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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May 09. 2020

부부의 세계와 연인의 세계

씽킹브릭

부부의 세계와 연인의 세계 중
어떤 세계가 더 완전한 세계일까요?

시간의 순서로만 보면
부부의 세계가 연인의 세계로 진화된 것처럼 보입니다.
연인관계의 완성이 결혼이라는 의례를 통해 부부관계로 완성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까요? 사실 저는 연인의 세계가 더 완벽한 세계가 아닐까 싶어요. 내가 의도한 것만 상대에게 보여줄 수 있는 세계니까. 부족한 걸 감추고 원래 가진 것보다 나은 사람으로 보일 수는 거리가 있는 세계니까. 어느 선에서는 불투명한 장벽을 만들어 가릴 수 있으니까. 어쨌든 마음만 먹으면 상대를 쉽게 속일 수 있는 세계가 연인의 세계인 겁니다.

반면에 부부의 세계는 덜 완전해 보입니다. 아니 완전해 보였던 세계의 균열을 발견하는 곳입니다. 그 세계안에 발을 딛고 들어서서야 비로소 서로의 미완성을 볼 수 있는 세계죠. 어찌보면 그 걸 인정하고 제대로된 완성을 위해 준비해야하는 단계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서로의 균열을 이미 품고 있는 세계, 연인의 세계에 비해 훨씬 안정돼 보이지만 실은 숨을 곳도 도망갈 곳도 없는 숨막히게 투명한 세계일 가능성이 큽니다.

겉으로 보기에 완전해 보이지만, 언제든 한번에 와르르 무너져 버릴 수 있는 불안을 품고 있는 연인의 세계도 만만치는 않죠. 심리적 에너지가 무척 많이 들어가는 세계입니다. 실연했을 때의 타격은 말할 것도 없구요.

그래서 어떤 세계가 더 좋겠냐구요?
어떤 세계가 좋고 나쁘다고 판단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각각의 세계가 가진 장단이 분명하니까요. 연인으로 남을지 부부의 세계로 진입할지는 각자의 판단의 몫이죠. 그런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니다.

남, 여가 각각 상대의 불완전한 세계를 기꺼이 품어낼 수 있는지 서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인정하지 않는 두 세계는 충돌만이 남을 거니까요.

어버이날을 하루 지난 오늘, 평생 평화로운 부부의 세계 안에서만 살아오셨을 것 같던 어버이들의 고충을 들으면서 내가 미래에 어버이의 세계로 진입하고 아이들이 부부의 세계로 갔을 때의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상상해봤습니다.

어찌됐든 가족의 달 오월에는 
부부의 세계도 물론이지만,
어버이의 세계와 자식들의 세계 간에도
존중과 인정이 넘치는 세계들이 되길바라며

오늘밤 열시 오십분을 또 기다려 봅니다.

#씽킹브릭
#부부의세계
#연인의세계
#어버이의세계
#자식의세계
#제이티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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