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늦가을 감성으로
초복의 정오.
삼계탕으로도 채울 수 없는
이유도 모를 헛헛함이 찾아왔습니다.
양가부모님으로 시작해 친구들 선후배들에게
미친 사람처럼 전화를 돌렸습니다.
상대방에겐 아마도
꽤나 뜬금없고 예의없고 모순된
안부전화였을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뭐 어때요.
이렇게 느낌이 올 때
마음이 움직일 정도는 돼야
문자가 아닌 통화 버튼을 누를 용기가
생기는 시절을 살고 있잖아요.
그 타이밍을 놓치면 또 금방 수개월 수년이
흘러버릴지 모를 일입니다.
신기하더라구요.
전화를 받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뻥뚫렸던 마음도 그리웠던 목소리로
조금씩 채워지는 듯 했습니다.
별로 길지도 않고
단 몇마디를 나눴을 뿐인데 말이죠.
근데 사실 통화 내용보다
제가 더 위로를 받았던 건
그거였어요.
휴대폰에 저장된 주소록에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통화버튼을 누를 수 있는
누군가가 아직 남아 있다는 거.
#씽킹브릭
#이천이십년초복의마음
#친구는당장용건부터말하라그랬다
#뜬금없이전화해도오해없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