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현수 Oct 26. 2020

폼 잡는 게 왜 이리 어려울까 ?

폼은 중요하다. 운동선수도 폼이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진다. 폼이 잡혀야 진짜 실력이 나오고 그걸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다. 투구폼 하나를 만들기 위한 투수들의 노력은 얼마나 대단한가. 팔이 부서질 때까지 던져야 비로소 좋은 폼 하나를 얻는다.

나도 폼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폼생폼사 중 한명이다.

블로그의 폼을 네이버로 할건지 브런치로 할건지 티스토리로 할건지 일년을 고민했다. 결국은 다 해 본 후 티스토리를 주력으로 하고 브런치를 간간히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는 내 기준에선 어떻게 해도 폼이 안났다. 그저 광고판같은 느낌이랄까.

SNS의 폼도 처음에는 트위터로 할지 페이스북으로 할지 텀블러로 할지 인스타그램으로 할지 고민이 많았다. 결국 페이스북을 주력으로하고 인스타를 보조적으로 쓰고 있다. 사실 폼은 인스타그램이 훨씬 낫지만 소통 채널의 폼으로서의 파워는 페이스북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스마트폰의 폼은 대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애플을 선택했다. 디자인을 시작할 때부터 다른 운영체제를 내 돈으로 구입해 본적이 없다. 가끔 윈도우 기반의 운영체제는 피씨방에서나 가끔 쓰는 거였는데, 이 마저도 이제는 거의 쓸일이 없다. 아주 가끔 정부관련 서류를 뗄일을 제외하면 무조건 맥과 아이폰을 쓴다. 외장의 디자인이 좋아서라기보다 OS환경 자체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사용성에나 심미성에서 폼나는 건 여전히 애플만한 게 없다.

문장의 폼 때문에 반년은 고민한 것 같다. 결국 표현을 '~했습니다'에서 '~했다'로 바꿨다. 후자가 조금은 불친절하지만 명확하고 단순하다. 절반으로 줄어든 음절 때문에 잉크도 절반으로, 쓰는 에너지도 절반으로, 읽는 사람도 절반의 에너지만 쓰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말하듯이 친절하게 글을 써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어떻게든 '~했습니다'라은 구어체 형식으로 쓰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금방 에너지가 고갈됐고, 말도 안했는데 입에서 단내가 났다. 이렇게 '-했다'로 고쳐 쓰니 글의 호흡이 훨씬 빨라지고 쓰기도 너무 편하다. 그 동안 나와 맞지 않은 옷을 입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쓰는 사람이 이렇게 편하니 읽는 사람도 당연히 편하게 읽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구구절절 말을 늘여 놓는 것보다 내 생각을 툭툭 던져 놓지는 게 사실은 내 성향에도 맞다. 이제 고민하던 문장의 폼을 정했으니 또 한동안은 이 폼을 유지할까한다. 이제 열심히 쓰기만 하면 될 일이다.

꼭 못하는 애들이 폼과 도구 탓을 하는데, 이렇게 폼 잡는 얘기만 잔뜩하다보니 그 게 꼭 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쩌겠나 폼 안나는 것에는 몸이 안따라가고 마음이 움직이질 않으니. 자신이 취한 폼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내가 고른 폼들을 보니 가히 폼생폼사의 전형이라 할만하다. 어떤가, 당신은 어떤 폼을 가졌는가 ?

#매거진브랜디 #씽킹브릭
#폼에서발견하는아이덴티티


이글은 [매거진브랜디]에도 동시에 개제하고 있습니다.

www.brandee.kr


매거진의 이전글 장기하라는 브랜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