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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Oct 29. 2020

트럭으로 된 기차

2000 중반 중국 항저우  닝보라는 공업도시에 방문한 적이 있다. 바로 옆이라고는 하지만 4시간 거리. 자동차로 서울 부산거리다. 고속도로를 지나면서 인상 깊었던   4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20미터에 가까운 컨테이너 트럭이 기차처럼 연결되는 풍경이었다. 얼마나 공장에서 쏟아내는 물류양이 많으면  정도일까. 세계의 공장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오늘 출장 길에 중부고속도로를 내려가는데 반대편 차선이 마치 십여년  닝보의 고속도로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트럭으로  기차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코로나의 영향 때문에 물류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걸까. 몇년 전만 해도 평일 오전시간에 자주 이곳을 지났었는데  정도는 아니었다.

고속도로지만 실제는 물류를 실어 나르는 거대한 기찻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율주행이   완벽해지고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고속도로가 생긴다면 지금보다 훨씬 안전하게 실현될 장면들이 아닐까 싶다. 굳이 기차 레일을 깔지 않아도 적정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기찻길 생성이 가능한 것이다. 만약 트럭이 수소전기 에너지로 움직인다면 달릴때마다 정수된 물이 배출되고 매연 하나 없는 쾌적한 친환경 고속도로가 될것이다.

트럭이 마치 기차처럼 연결되어 움직인다면 자율 주행 승용차들은 고속도로 위의 이동 업무 공간으로 쓰이지 않을까. 서울에서 중부권 산업단지로 미팅을 가는 이동시간 동안  안에서 발표할 보고서를 보완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미팅이 끝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는 피로를 풀기 위해 안마 좌석 위에서 긴장했던 근육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약 이렇게 고속도로 풍경이 바뀐다면 수도권과 지방간의 이동이 편해지고 부담도 많이 없어질 것이다. 그러면 지방에도  많은 기업들을 유치할  있을 것이고 인재도 훨씬 채용하기 수월해질 것이다.

그렇게 보면 자율주행 기술은 길이라는 개념 자체를 바꾸고 이동의 개념도 바꿔내는 굉장한 사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날이 과연 내가 죽기 전에는 올까? 빨리 보고 싶다. 오고 가는 출장길에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미래까지 걱정하는 오지랖을 부려본다.

#매거진브랜디 #길의미래 #자율주행 #물류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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