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었던 말랑말랑생각법 <한명수>저자의 강연을 들으면서 창의라는 게 뭘까? 창의적인 게 과연 뭘까를 끝나고 집으로 오늘 도중에도 계속 생각하게됐습니다. 일상에서는 보기 힘든 완전히 낯선 모습들을 연출하면서도 사고 방법 또한 범인을 뛰어 넘는 저렇게나 창의적인 사람이 가진 힘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건지 책을 읽고 강연을 들어도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회사라는 틀을 무려 아홉번이나 바꿔가면서 자신을, 자신이 가진 창의성을 잃지 않았던 방법은 결국 틀에서 벗어나거나 틀을 깨버리는 과감함보다는 그 틀을 안에서 해결하려는 치열한 몸부림이 있어서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딱딱한 틀 안에서도 어떻게든 말랑말랑하고 소프트한 감성을 겹치게 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끌어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발표하는 장표안에도 책 내용에도 많았으니까요.
이러한 생각을 하며 창의란 결국 굳건이와 말랑이가 겹치는 곳에서 나온다는 저자의 생각에 힌트를 얻어 내가 가진 생각을 도식화(저자가 싫어하는 어떤 생각의 고정 틀)해봤습니다.
창의성을 말할 때 우리가 항상 듣는 얘기가 ‘틀을 깨라’, ‘틀에서 벗어나라’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러한 생각의 틀에 갇혀 오히려 새로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틀을 어떻게든 깨부시고 벗어날 생각만했지 어떻게 하면 기존 틀 위에 감성을 살포시 얹히는 방법은 뭘까? 그 틀의 성질 위에 대비되면서도 조화로운 감각을 어떻게 하면 절묘하게 겹쳐치게 할까? 틀 안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가져와 채워볼까?를 생각하지 못했던 아닌지 반성해봅니다. 틀을 해체하고 파괴하기에 앞 서 다른 걸 중첩하고 포용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틀에서 도망갈 바에야 처음부터 새로운 틀을 만드는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런 엄청난 혁신을 내가 이룰만큼의 능력이 있느냐는 항상 의문입니다. 그렇게나 견고한 틀이 나 정도의 미약한 힘으로 깨진다면 일년에도 수백번씩 그런 틀이 우리 주위에서 깨져 버렸겠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어떤 틀에 속해 일을합니다. 어떤 생각의 틀에 갇혀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틀이 감옥이 아니라 더 많은 자유를 위한 제어장치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러면 한결 마음이 편해지네요. 진짜 창의성은 번뜩이는 섬광처럼 나올 때도 있지만 대부분인 그런 제한된 상황 속에서 지지고 볶는 가운데 나오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