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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Sep 20. 2024

경계를 오가는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 이성과 감성 사이의 경계, 나라와 나라 사이의 경계, 남자와 여자 사이의 경계, 불안과 확신 사이의 경계, 사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 기쁨과 슬픔 사이의 경계.


그 사이 어딘가에 진리가 있다고 믿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내 행동의 반경은 어떤 대상의 사이 사이의 경계 주변에서 정해진다. 어느 한쪽으로 깊이 들어가기보다는 양쪽 지대를 넘나들며 많은 경험을 해보려고 한다.


시간이 지나 내가 서 있는 곳을 돌아보면, 양쪽의 딱 중간에서 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한 발만 잘못 디디면 깊은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런 위태로움 속에서도 양쪽 경계에 피어나는 다채로움과 조화로움을 발견하는 것은 큰 기쁨이다.


좌우를 모두 살피다 보니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길도 더 크게 뚫려, 내 생각의 영역이 넓어지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한쪽에만 갇혀 있었다면 결코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 더 나이가 들고 고정된 환경이 나를 가두더라도, 고정된 생각들이 나를 짓누르더라도, 나는 항상 경계(境界)에 서 있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가진 것들이 점점 굳어져 가는 것을 경계(警戒)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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