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 이성과 감성 사이의 경계, 나라와 나라 사이의 경계, 남자와 여자 사이의 경계, 불안과 확신 사이의 경계, 사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 기쁨과 슬픔 사이의 경계.
그 사이 어딘가에 진리가 있다고 믿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내 행동의 반경은 어떤 대상의 사이 사이의 경계 주변에서 정해진다. 어느 한쪽으로 깊이 들어가기보다는 양쪽 지대를 넘나들며 많은 경험을 해보려고 한다.
시간이 지나 내가 서 있는 곳을 돌아보면, 양쪽의 딱 중간에서 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한 발만 잘못 디디면 깊은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런 위태로움 속에서도 양쪽 경계에 피어나는 다채로움과 조화로움을 발견하는 것은 큰 기쁨이다.
좌우를 모두 살피다 보니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길도 더 크게 뚫려, 내 생각의 영역이 넓어지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한쪽에만 갇혀 있었다면 결코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 더 나이가 들고 고정된 환경이 나를 가두더라도, 고정된 생각들이 나를 짓누르더라도, 나는 항상 경계(境界)에 서 있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가진 것들이 점점 굳어져 가는 것을 경계(警戒)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