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셋째가 잠들어 있는 충북 영동의 수목장엘 다녀왔다. 멀어서 자주 갈 수 없는 곳이지만 그래서 애써 떠올리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수목장이 아니라 소나무가 많이 나 있는 산처럼 보이는 그곳은 항상 고요하고 평화롭다. 그곳에 갈 때마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내 마음에는 풍랑이 치는데 아이는 평화롭게 잠들어 있다. 아마도 미련은 미련한 나에게만 남아 있는 것 같다. 이 지독한 미련은 자식을 잃은 어미라면 당연하기에 이번에도 그곳에 절절한 그리움과 숨 막히는 미련을 남겨 두고 왔다.
수목장에 가면 남편은 10분도 안 되어 그만 돌아가자고 한다. 자주 못 가기도 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 먼 길을 갔는데 바로 가자고 하는 게 영 못마땅하다. 아마도 내가 계속 울기만 하니까 그러겠지. 이번에도 나는 ‘언젠가 나 혼자 와서 몇 시간이고 앉아 있어야지.’ 기약 없는 다짐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 오래 있을 수 있다면 먼저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내가 못 하는 것 중에 거의 유일한 것이 그림 그리기인데 셋째가 있는 그곳을 그리고 싶어서 그림을 배우려고 했었다. 배우면 열심히 하고 잘하게 되니까 언젠가는 우리 셋째의 나무와 수목장의 평화로운 풍경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을 그린다면 아이와 온전히 하나가 되고 항상 짧게 뒤돌아서야 했던 아쉬움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무 곁에 누워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누구를 탓할 수가 없어 참으로 많이도 원망했던 하늘. 나는 유난히 푸른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과 아름다운 노을을 좋아한다. 좋아해서 자주 쳐다보면 하늘로 간 아이가 떠올라 괴롭기도 했었다. 애증의 관계였다고 나 할까. 한번쯤 아이 곁에 누워서 편안하게 하늘을 바라보다가 깜박 잠이 들어도 좋겠다. 그리고 그 잠에서 아이를 만나는 꿈을 꾼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
아직은 내가 그리는 이 그림이 꿈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수목장에 갈 때마다 오래 있고 싶으면서도 오래 있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공존한다. 민성이의 나무 곁에서 종일 그림을 그리고 하릴없이 누워 있을 수 있을 정도로 내 마음에도 진정한 평화가 찾아온다면 그때나 가능하리라. 그래서 나는 아직 그림을 배우지도, 혼자서 그곳에 가지도 못하고 있다. 앞으로 몇 년쯤 더 시간이 흐르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아아! 이 지독한 미련이여!
저는 <일류 두뇌>와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저자인 일류작가 강은영입니다.
세 번째 책으로 장애아인 둘째 양육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올해 안에 발간하는 것이 목표인데 글이 잘 써지지 않아 편안하게 브런치에 초고를 연재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