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 중에 가장 강력한 감각은 시각이다. 뇌로 들어오는 정보 중 80% 이상을 시각이 차지할 정도다. 백문이 불여일견,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도 보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그렇다면, 수많은 것들을 보는 우리의 눈이 과연 자기 자신은 얼마나 볼까?
외부로 향해 있는 눈이 자신을 보기 위해서는 거울이 필요하다. 거울을 평소대로 보면 별다른 느낌이 없지만 자신의 눈을 오래 들여다보면 사뭇 다르다. 처음엔 보이는 모습만을 무감각하게 보다가 어느 순간 코끝이 매워지고 눈물마저 핑 도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단순히 보이는 것 너머의 나를 만나는 순간이다. 껍데기 안에 들어있는 진짜 알맹이의 존재를 발견하는 것이다.
내가 나를 바라보면 처음에는 자신의 육체가 보인다. 그러다 눈을 깊이 들여다보면 영혼이 느껴지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물음과 만나기도 한다. 십수 년 전, 한 교육장에서 처음으로 거울을 제대로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거울 속 진짜 나를 만난 그날의 생경함과 가슴 벅찬 느낌을 잊지 못한다.
세계 최고의 동기부여가 멜 로빈슨은 매일 아침 거울을 보는 것으로 최악의 슬럼프를 극복했다. 팬데믹으로 예정된 강의가 모두 취소되고 심한 우울증에 빠졌는데 어느 날 거울 속 자신과 하이파이브를 하게 되었다. 그다음 날부터 거울 속 자신을 보는 일이 기대되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평생 거울 속 자신을 비난하거나 무시했는데 자신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나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단다.
하이파이브는 다른 사람을 격려하거나 축하할 때 하는 행동으로 뇌의 기저 신경절에 입력된 긍정적인 프로그램이다. 다른 사람과 했던 하이파이브를 자신과 하면 자기 성찰이 일어나게 된다. 긍정적인 프로그램이 작동하여 미래에 대한 불안감, 부정적 느낌을 초기화시키고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준다. 자신을 격려하는 낯선 행동은 새로운 신경 회로를 만들어내고 도파민을 분비시켜 앞으로 하려는 일에 기대감과 흥분을 갖게도 한다.
거울 속 자신을 만나고 격려와 축하를 하는 일은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응원이자 선물이다. 최근 3주간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나를 쓰다듬기도 하고 하이파이브도 해보았다. 나를 다른 사람의 잣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다. 또한 그 순간, 현재에 집중하는 힘도 커졌다. 요즘 약간 지쳐있는 내게 내리는 단비와 같은 시간이다.
우리에게는 보이는 것 너머를 볼 수 있는 눈이 있다. 매일 아침, 1분간 의도적으로 자신을 성찰하려는 노력을 해보자. 방법이 어렵지 않기에 누구나 할 수 있다. 거울 속 자신의 눈을 깊게 들여다보고 진짜 나를 만나고 하이파이브로 긍정 에너지를 주는 일, 새해를 앞둔 우리가 가지면 좋을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