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칼럼[강은영의 뇌과학 이야기]
"이상하네. 요즘 왜 이렇게 운동이 하기 싫지?"
운동 경력이 20년도 더 된 나는 중독이라 할 만큼 운동을 즐겨 해왔다. 그런데 요 며칠 운동하러 가기가 싫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더니 옆에 있던 둘째가 말했다. "엄마, 운동이 재미 없어진 거겠지. 사람은 가슴이 뛰는 일을 해야 한다고 했어!"
놀랄 만큼 정확한 상황 판단과 조언에 웃음이 절로 났다. 책에서 본 말을 기억해뒀다가 잘도 써먹는 녀석 덕분에 너무 많이 들어 진부해진 한 마디가 내내 맴돌았다.
가슴이 뛰는 일을 하라
가슴이 뛰는 삶을 살려면 우선 그것부터 찾아야 하는데 급변하는 사회에 넘쳐나는 정보로 우리 앞에는 너무 많은 기회와 선택지가 놓여 있다. 심한 경우 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을 앓기도 한다. 포모 증후군이란 자신만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심각한 두려움 또는 세상의 흐름에 자신만 제외되고 있는 듯한 일종의 고립 공포감을 말한다. 원래 공급을 줄여 소비자를 안달 나게 만드는 마케팅 기법인데 2004년에 하버드와 옥스퍼드 대학 논문에서 사회 병리 현상으로 주목받으면서 질병으로 취급받기 시작했다.
미국 성인의 50% 이상이 포모 증후군을 겪는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못지않은데 지난해 집값과 주식시장 폭등으로 중장년층은 물론 MZ 세대에까지 영끌, 빚투가 유행처럼 번졌다. 변화에 민감한 세대일수록 불안감과 두려움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SNS 발달로 자신을 알리기 쉬워지면서 우리는 잘나고 특별한 사람, 부자, 성공한 사람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들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되지 않을 수 없다.
나만 소외되고 뒤처지는 듯한 두려움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남들이 좋다는 걸 따라 해본 적이 있는가? 이는 내 인생과 일상에 다른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과 같다. 그렇게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해내기 어렵다. 내가 주인공이라야 가슴이 뛰고 될 때까지 해볼 힘도 생길 텐데 남을 흉내 내거나 발만 슬쩍 담갔다가 빼낸 일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떠올려 보자. 그중에 진정으로 가슴 뛰는 일이 있었나? 어떤 일이 일어나도 흔들리지 않고 해낼 수 있는 일, 진짜 하고 싶은 그것 말이다.
가슴은 두렵거나 불안할 때도 설렐 때와 마찬가지로 두근거린다. 불안하거나 설렐 때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데 소량의 코르티솔은 위험한 상황에서 몸을 긴장시켜 생명유지에 도움을 준다. 따라서 적당히 두렵고 설레는 일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하지만 뇌는 변하지 않으려는 속성이 강해서 안전하고 익숙한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하질 않는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데 안일함과 나태에 빠져 두근거림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생각만 해도 쿵! 하고 심장이 아래로 떨어진 듯한 적이 있는가? 심장이 거세게 반응하는 것이야말로 여러분이 포기하지 말고 가야 할 길이다. 나는 처음 책을 쓸 때 책이 발간된 그 순간을 떠올리기만 해도 심장이 발끝까지 추락하는 듯했다. 가슴이 얼마나 세차게 뛰는지 심장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였다. 첫 책이 발간된 이후에는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는 순간에 가슴이 설렜다. 가슴 뛰는 일은 심쿵까지는 아니고 간질거릴 정도만 되어도 좋다.
요즘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인 유퀴즈에 출연하는 거다. 무슨 수로 될지 언제 할지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내 이야기하는 걸 떠올리면 심장에 무리가 온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세포가 아우성치듯 찌릿하다. 나와 비슷한 처지였던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는 일, 그들을 변화시킨다는 사명이 내 가슴을 뛰게 한다.
글을 쓰다 보니 다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다. 유퀴즈에 나갈 때를 지금부터 대비해야겠다. 화면에 건강미와 에너지 넘치는 내가 있다. 가슴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