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칼럼[강은영의 뇌과학 이야기]
우리가 누군가를 싫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서로 맞지 않거나 상대가 잘못했거나 먼저 나를 좋아하지 않는 등.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싫은 사람이 있다. 이때도 우리는 그에 합당한 이유나 핑곗거리를 찾으려고 한다. '네가 그런 행동을 했기 때문에 내가 미워할 수밖에.' 스스로 정당하다고 이해가 되면 아무 죄 없는 사람도 미움받아 마땅한 사람이 되고 만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마음이 있으면 신발 안에 돌멩이가 낀 듯 신경 쓰이고 불편하다. 그 사람을 마주치기가 껄끄럽고 피하고만 싶다. 안 만나도 되는 사람이면 그나마 괜찮지만 직장 동료나 가족처럼 종종 마주칠 수밖에 없는 경우에 괴로움은 배가 된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했던가. 싫어하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될 수 있을까? 아주 쉬우면서도 효과 만점인 방법 한 가지를 소개한다.
좋은 일이 없더라도 웃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누군가 우는 모습을 보면 슬퍼진다. 감정은 행동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정을 바꾸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먼저 행동을 바꾸면 된다. 가장 싫어하는 사람을 A라고 한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A를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해 보자. 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하면 뇌는 인지부조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이 사람에게도 좋은 점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란 우리가 믿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이 어긋날 때 생기는 것으로 인지 간의 불일치가 불편하므로 이를 제거하려 한다. A를 싫어하는 태도가 A를 좋아하는 것처럼 하는 행동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부조화 압력이 생긴다. 점차 A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닐 거라는 마음이 들면서 태도가 행동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변한다.
인지부조화 이론은 미국 심리학자 페스팅거가 제시했는데 1950년대에 진행한 실험에서 그는 거짓말을 하는 대가로 한 그룹에는 20달러, 다른 그룹에는 1달러를 주었다. 그 결과 20달러를 받은 사람보다 1달러를 받은 사람이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강했다. 겨우 1달러를 받고 거짓말을 한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기 힘들어서 차라리 믿음을 바꾼 것이다.
싫어하던 사람을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하면 싫어하는 마음이 점차 줄어든다. 싫어할 만한 이유 대신 좋아할 만한 이유를 찾게 된다. 실제로 나는 누군가가 매우 싫어서 마음의 짐이 될 때 이 방법을 사용한다. 어떻게 해서든 장점을 찾아내고 뭔가 사연이 있을 거라 생각되면서 닫혔던 마음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먼저 잘해주면 상대방에게도 마음이 전해져 이전과 다른 행동을 보인다. 이렇게 해서 자꾸 부딪히던 아이 친구의 엄마와 친해진 적도 있었다.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은 결국 자신에게 독이 된다. 그런데도 미움이나 증오심, 원망은 좀처럼 떨쳐내기가 힘들다. 언젠가 한 목사가 제 아들을 죽인 사람을 용서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의문을 품었다가 자신이 살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제부터 좋아하는 척 행동하는 것에 중점을 두자. 원수를 사랑하게 되는 마법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강은영 칼럼니스트는 국제뇌교육대학원 석사를 취득한 국가공인 브레인 트레이너이다. 일류두뇌연구소 대표이자 온라인 프로그램 ‘체인지U 스쿨’을 운영 중이다. 한국뇌과학연구원에서 발행하는 뇌교육 전문 잡지 『브레인』의 칼럼도 쓰고 있다. 뇌교육과 부모교육 전문강사로 15년 동안 교육 및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온라인으로 글쓰기, 책쓰기, 습관코칭, 감정코칭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다양한 강의와 저술 활동으로 뇌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여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리는 중이다. 저서로는 『일류두뇌』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