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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Jun 09. 2021

혼자 있고 싶다

사춘기 아들을 둔 엄마의 넋두리

아무하고도 말을 하기 싫다

혼자 있고 싶다


내 말을 듣지 않는 애들하고도

센스 없고 기억력 나쁜 남편 하고도

마주치고 싶지 않다


하루 세끼 밥을 해주는 것도

바보들에게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도 지친다


멍청하고 단순한 남자들의 세상에

똑똑하고 복잡한 여자 하나가 사는 느낌이다


매일 풀어내도 다시 엉키고 마는 실타래처럼

나는 왜 이다지도 복잡하고 생각이 많은 걸까?


혼자 있으면

나도 멍청해지고 단순해질 것 같다 


오늘만큼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있고 싶다


오늘 아침의 솔직한 심정을 글로 남겨 보았다. 그동안 글은 심혈을 기울여 잘 써야 하고 좋은 말만 골라 담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요즘 그걸 자꾸 깨고 있는 느낌이다. 좋은 현상이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으며 글로 감정을 풀어내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지.  


이틀 연속 중3 아들과 말다툼을 했다. 어릴 때부터 남의 말은 귀담아듣지 않던 녀석인데 급기야 자신을 어른으로 대해 달라는 말을 하니 황당할 따름이다. 자기 인생이니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나? 어른이 되려면, 최소한 어른 대접을 받으려면 그에 맞는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외모만 어른이지 하는 짓은 어린애 같은 이 애어른을 어찌하면 좋을꼬.


아들과 대화를 하면 벽에 가로막힌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다. 다른 집 아들도 이러한가 진심으로 궁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남녀의 차이도 있겠지만 완전한 좌뇌형인 나와 우뇌형인 그는 서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며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도 다르다. 그래서 서로를 답답해하고 대화를 하면 할수록 풀리기는커녕 더 꼬여만 간다. 나는 확실한 언어로 표현하는데 아들은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아들의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너랑 똑같은 자식을 낳아서 키워 보면 알 거야"
형제 중에 가장 부모 속을 썩인 언니한테 엄마가 자주 하셨던 말이다. 어릴 적부터 알아서 척척했던 모범생인 나는 들어본 적 없는 말인데 세상에나! 그 말을 어제 아들한테 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 아침에 나는 엄청난 후회를 하고 있다. 아무리 화가 났어도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밤 10시면 스마트 폰을 끄게 하는데 이틀 연속 10시가 넘도록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이다. 친구들과 통화한다고 했지만 요즘 썸을 타는 여자 친구와 통화한 것 같았다. 원칙대로 사는 모범생인 엄마로서 밤늦은 시간에, 그것도 여자 애와 통화를 하는 건 용납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한마디 했더니 착한 아들이 결국 폭발하고 만 것이다.  

나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아들을 더 풀어줘야 한다는 것도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알면서도 '부모니까 이 정도 보호는 해야지. 바른 길로 갈 수 있게 안내해야 해.'라는 당위성을 쉽게 놓지 못한다. 나에게는 당연하지만 아들에게는 숨이 막히고 간섭받는 느낌이 들었으리라.


감정이 정리된 지금에 와서 보니 나도 '꼰대 부모'와 다를 바가 없다. 종일 스마트 폰을 끼고 사는 아들이기에 자기 전 몇 시간만이라도 유해물질을 차단시키겠다는 마음인데 아들은 억압당하는 느낌이 더 컸나 보다. 엄마의 마음도 몰라준다며 또 설교 아닌 설교를 했다. 화가 나면 진실된 마음을 숨기고 자꾸 명확하고 논리적인 언어로 상대방을 설득시키려는 버릇이 나온다. 다 맞는 말이지만 듣는 입장에선 날카롭게 찌르는 듯한 아픈 말일뿐이다. '네가 걱정된다'는 그 말 한마디만 하고 말았어야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들과 뇌가 싫어하는 대화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감성 대화법을 가르치는 사람이 막상 닥치면 감정에 휘말린 나머지 내 이야기만 주구 장창 해댄다. '제발 내 마음 좀 알아줘' 하면서 내 얘기만 하는데 이미 마음 상한 아들이 잘도 받아들이겠다. 아들 역시 방어를 하느라 자기 얘기만 줄곧 한다. 서로에게 닿지 못한 말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아들은 처음 겪는 사춘기, 나는 처음 키워보는 사춘기 아들, 우리 둘 다 처음이라 이리도 서툴다. 다행인 것은 서로를 향한 애정만큼은 커서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도 만 하루가 지나기 전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풀리곤 한다. 너무나 다른 서로를 점차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이리라. 나는 이번에도 '아들이 아닌 남편이었다면 어쩔 뻔했나' 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종종 편지로 화해를 하곤 했다. 즉흥적이고 직설적인 말보다는 정성 들여 다듬어진 글이 진심을 표현하기에는 제격이다. 이번에도 편지를 써서 제대로 화해를 해봐야겠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저는 <일류 두뇌>와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저자인 일류작가 강은영입니다.

세 번째 책으로 장애아인 둘째 양육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오늘은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고자 큰 아들 이야기를 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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