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태도, 빙썅!
같은 시기에 졸업을 하고 같은 시기에 취업을 한,
각자의 집에서 장녀 역할을 충실히 해 내는 K-장녀 3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대학교 학회에서부터 친해진 우리는 입사 후 가끔 만나며 얼마나 일하는 게 힘든지를 토로하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각자의 회사에서 4년 차가 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선배가 되었고 밑으로 새로운 신입사원들이 들어왔다.
어느 날 친구 중 한 명이 물었다.
A : "너네, 빙썅이 뭔지 알아?"
"빙썅?"
"그게 뭐야?"
A: 우리 회사에 신입이 들어왔어. 근데 보통내기가 아냐.
아니 보통 선배가 뭐 시키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하잖아. 어떨 때 자기 일 은근히 떠넘기는 것 같을 때도 솔직히 거절 잘 못하잖아? 근데, 얘는 조금만 아니다 싶거나 자기 기준에 어긋나면 실실 웃으면서 할 말 다해.
그래서 '빙그레 썅년'이라고 불려
그 당시 나는
'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조직 생활 하면서 어떻게 자기 싫으면 싫다, 내가 왜 해야 하나 어떻게 이렇게 되받아치지?'라는 생각에
"와.. 진짜 대단하다.. 같이 일하기 힘들겠어..."라고 친구의 얘기에 맞장구를 쳐 줬다.
하지만 10년이 흐르고 나서 지금 생각해 보니,
어쩌면 '빙썅'은 롱런하기 위해서 내게 꼭 필요한 덕목이었던 것 같다.
나는 내가 무언가를 거절해야 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에 마주했을 때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꺼내야 할 때 으레 움츠러들곤 한다.
괜히 내가 상대에게 잘못을 저지르는 것 같아 마음이 영 편치 않았으며,
편치 않은 마음은 표정으로 드러나 매우 어색한 표정을 보이기 마련이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거야'
내가 정말 좋아하는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이다.
한껏 언 태도와 불편한 표정으로 중언부언 떠들어 대는 편보다는
대수롭지 않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저는 그렇게는 못 하겠습니다'라고
편안한 표정과 태도로 대응하는 것이 서로에게 더 자연스럽고 편안한 방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매사에 그런 태도를 보인다면 문제이겠지만,
어떤 순간에는 빙썅이 나쁜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