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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홍 Dec 02. 2024

[5년차]9.아름다운 이별은 어떤 걸까

얼렁뚱땅 맞이하게 된 아쉬웠던 첫 회사의 마무리

최종 면접에 합격하고, 연봉 협상을 위해 몇 차례 헤드헌터를 통한 협상이 오고 간 이후,

떨리는 마음으로 계약서에 서명을 완료했다.


이직하는 회사가 내가 원했던 회사는 아니었다는 생각에 보상심리로 가졌던

가장 큰 목표였던 기존 회사대비 기본급을 '많이' 인상해야겠다는 나의 목표는 달성할 수 있었다.

(물론 '많이'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누군가의 눈에는 작고 귀여운 수준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 다니고 있는 회사에 퇴사 통보를 해야 할 차례였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많이 들었던 회사 사람들에게 통보를 얘기하려니, 뭐라 말해야 할지 막막했다.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에서는 특히나 '이직'이라는 내용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많이 미성숙했다.


솔직한 이직의 이유는 더 나은 기회를 찾고 싶다는 것과, 현재 회사에서의 처우 불만족, 회사에 대한 여러 가지 실망이었는데,

현재 회사에서의 처우 불만족을 대놓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더 나은 기회를 찾았다고 말하기에는 '정말 이게 더 나은 기회일까?'라는 마음 저 편의 불안감과 불확실함이 있어 차마 입밖에 내기가 어려웠다.

회사에 대한 실망감은 말해 무엇하나..라는 심정이었다.


미성숙한 나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했다. 금방 들통이 날...

그냥 공부를 하겠다고 했다. 나를 붙잡을 일도 없지만 나가는 사람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는 과정이 나는 마냥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독하게도 회피적인 면모를 보였고 어리숙했다.

공부를 하겠다니 더 이상 나에게 할 말이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퇴사 면담을 마쳤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없었다.

스스로 아름다운 마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라 더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실수는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도망치듯 나와버린 회사에서의  마지막은 유일하게 내가 다시 돌아가서 바꾸고 싶은 장면이다.

떳떳하게 함께 시간을 보냈던 이들과 좋은 모습으로 인사를 하고 나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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