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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홍 Dec 04. 2024

[6년 차]1. 경력직=바로일에 투입될 수 있는 상태

두근두근 두 번째 회사의 첫 출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직을 할 때 첫 회사에서 남은 휴가를 모두 소진하고, 

이직하는 회사에도 입사일을 조정해서 여행을 다녀오거나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내가 한 첫 이직은 그렇게 여유롭지 못했다. 

옮기는 회사는 하루라도 빨리 출근을 요구했고, 

원래 다니던 회사는 최대한 내가 끝까지 일을 하고 가기를 바랐다. 

나는 생각보다 모질지(?) 못해서 측의 상황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어쩌다 보니, 나는 쉬는 날 없이 바로 두 번째 회사에 출근하게 되었다. 


그 회사에서 내가 아는 사람이라곤 면접 과정에서 만난 나의 직속 보고 대상인 전무님과 사장님, 

인사팀 정도였기 때문에 첫 출근날 나는 바짝 얼어있었다. 

다행히도 나와 같이 경력직으로 이직의 첫날을 맞이한 또 다른 마케터가 있었고, 정말 아주 간단하게 내 자리, 나와 관련된 사람들 위주로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면접을 봤던 전무님이 조금은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하셨다. 

"오늘, XX학회 학회장님과 점심 식사가 있는데, 같이 가야겠어요"

내가 담당할 제품들 중 메인 제품과 관련해서 중요한 학회이고, 학회장이라니 당연히 내가 key customer management 차원에서 너무나 좋은 기회이지만 예상하지 못했다. 


뭐랄까.. 적어도 1주일 정도는 바로 업무에 투입되지 않고 Onboarding Process가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 내가 담당하게 될 제품의 기본 정보도 숙지되지 않은 상태인데 바로 중요한 고객과 만나야 한다니.. 내 밑천이 드러날까 걱정됐다. 


전무님과 함께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어떤 목적으로 점심이 잡혔는지, 

어떤 이야기를 주로 나누게 될지, 학회장은 어떤 성격인지 등을 들을 수 있었고 벼락치기하듯 머릿속에 많은 정보를 욱여넣은 채로 나는 식사 장소에 도착했다. 


여기저기 전국을 다니며 빌런을 통해 연마해서 그런지 어떤 사람이 나올지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다만 내가 자리를 망치는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랐을 뿐. 

다행히 너무나 점잖은 분이셨고 내가 오늘 이직한 지 첫날이라는 것과 앞으로 해당 브랜드를 담당하게 될 마케터라는 인사 위주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점심을 마무리했다. 


아주 긴 하루를 보낸 기분이었다. 

그리고 '경력직'은 정말 바로 일에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 사회는 학교가 아니고 냉혹해서 누군가 나를 붙잡고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내가 담당한 제품이나 마케팅과 관련된 업무 보다도 새로운 회사만의 process, 시스템들이 새로웠고, 

생각보다 그런 것들은 처음 온 사람들이 숙지할 수 있도록 set up되어 있는 상황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미 그 회사에 있는 사람들은 너무 익숙해서 내가 뭘 궁금해하는지조차 모를 수 있고, 

내가 여러번 질문하면, 

'아니,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바보...?'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절대 같은 질문은 반복하지 않아야겠다!!! 라는 다짐으로 첫 이직을 맞이했고, 

이직을 하고 나니 경력직으로써 본인의 '직무'를 잘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고 새로운 회사의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 최대한 그들을 귀찮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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