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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나를 돌보는 시간이었다

마흔 살 아줌마 요가 첫 번째 깨달음

by Mary

요가복을 왜 입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모든 운동은 장비빨 암 그렇지

딱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고 나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편안하게 살았는가

내 마음대로 내 몸을 썼는지 한눈에 보였다


“고개를 들어서 왼쪽 어깨너머 보시면서

다리는 똑바로 놓였는지 체크하세요 “


나는 분명히 똑바로 놓여 있다 생각했는데

내 발목도 내 다리도 바른 방향을 하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다리는 왜 이렇게 당기는지

허리는 왜 이렇게 아픈지 이게 맞는지

생각할 틈도 없이 따라 하기 바빴던 날이었다


요가라는 게 가만히 앉아서 명상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내가 생각한 요가가 아니었다


“이거 완전 근력운동이잖아 덜덜덜”

유연함과 근력도 뒷받침되어야 하는 운동인 것 같았다


2월 3월 4월 이 지났다

일주일에 두 번씩 요가를 다녔다

요가 동작을 하면서 나의 머리와 내 다리는 절대 서로 만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요가를 사 년이 넘게 하신 어떤 젊은 이쁜 아가씨는 머리와 두 발이 닿고 팔꿈치가 밖으로 회전이 되며 발가락을 잡으며 동시에 요가복 사이트에서만 봤을법한 포즈가 완성되었다


같이 간 친구와 나는 두 눈을 마주치며


“저게 되나 우와 우린 절대 안 돼 뽑혀 나갈 거 같아”

라고 생각했다


요가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힐끔힐끔 잘하는 사람들의 동작을 보며 의기소침하기도 하였다


나는 왜 안 될까 혹은 부럽기도 했다


선생님의 몸매를 보면 아 나도 젊었을 때 운동했으면 저런 몸매를 가질 수 있었을까라는 헛된 생각도 하였다 ㅎㅎㅎㅎ요가는 수련이라고 하던데

그때는 왜 수련이 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생각보다 엄청 힘든 운동이네 힘이 많이 들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선생님이 틀어 주는 음악을 들으며 동작을 따라 할 때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 존재하고

눈을 감고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요가의 매력을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오 월이 되었다


5월 달 가정에 달 오월은 어린이날 오월은 스승의 날 부모라는 이름이 뭔지 오 월이 되면 아주 바쁘고 돈이 많이 나가는 날이었다

부모님께도 안부 전화 맛있는 식사 또는 용돈을 드려야 하고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선물하려 놀러를 가야 하거나 좋아하는 선물을 준비해야 하고

스승의 날 물론 지금은 김영란법 이 생겼으므로 아주 좋다 불필요한 눈치를 학부모, 선생님 서로 안 봐도 되니 말이다 감사한 일이 있다면 아이가 졸업한 후에 전달하면 되니까 좋은 것 같다

때로는 아이 스스로 학원 선생님께 커피를 전달하거나 혹은 감사를 표현해야 하는 일이 생길 땐 작은 빵이랑 쿠키를 드린 적도 있다


그런데 이 달의 스승의 날은 달랐다

나의 스승님은 아니지만

나는 그저 수강생일 뿐이지만

아줌마가 된 뒤로 누군가가 나를 위해 무언가를

가르쳐 준다는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하는 강사님이

너무 고마웠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다른 수강생분들과 함께 그 시간 동안 운동을 배우며 내가 잘못된 동작이 있으면

하나하나 핸즈 온 터치를 해 주시며

자세를 바로 잡아주셨다


오롯이 나를 위해서 이 시간 동안 나를 위한 배움과

나를 위한 운동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를 아끼는 시간 같아서 행복했다

그래서 선생님께 작은 선물을 드렸다


“너무 오랜만에 나를 위해서 운동을 하고 날 가르쳐 주시는 게 고마웠어요”라고 말하는데

왜 갑자기 가슴 한편에 울컥하는 감정이 들고

눈물이 나오려 하는 건지ㅠㅠ말문이 막혔다


“어머 갑자기 왜 이러지 주책맞게 눈물이 나서 말을 못 하겠네요”


마음이 전해졌는지 강사 선생님의 눈시울 도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선생님께서도 요가를 처음 배웠을 때

스승님께 그런 감정이 들었다고 하시며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다고 하셨다

순간 너무 창피하였지만 그 마음을 헤아려 주셔서

덜 창피한 순간이었다


아줌마로 살아가며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하고 싶고 , 잘할 수 있는 일이 잘 없게 된 생활 속에서

나 스스로 나를 돌보는 시간 같은 기분이 들었던 거 같다


운동을 하면 좋은 것을 알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 수 있다

운동을 하면 건강에도 좋고 늙지도 않고

생활에 활력도 생기고 한다는 것을

그건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동안 운동이 나 스스로 나를 돌보는 일이라는 걸 연관 지어 생각하지 못했다

요가를 하며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잠시 눈을 감고 명상을 해도 좋고 머리 위로 기지개를

펴는 잠시라도 나를 돌보는 것이란 것을 말이다


우리 잠시 기지개라도 켜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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