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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더 브릴리언트
Nov 23. 2024
팀장에게 팀원이란 존재는 참 복잡하다. 이 인간을 계속 믿고 가야 하나, 아니면 다음번 인사평가에서 내 솔직한 심정을 반영해 버릴까. 이런 생각이 일주일에도 몇 번씩 든다.
업무를 맡기고 얼마 후 올라온 기안서를 확인했는데, 쓸만한 코멘트는 두어줄 밖에 없고 나머지는 다 하나마나한 소리만 적어놨을 때 특히 이런 생각이 든다. 대체 그동안 뭐 한 거야.
다른 팀과 협업하고 오라고 우리 팀원을 보냈는데, 다른 팀에서 올라온 결과물이 형편없다. 그 팀 실무자가 꽤 실력 있는 친구인데 왜 이렇게 업무 처리를 했을까, 의아해하면서 과정을 들여다보면 우리 팀 팀원이 업무 방향을 잘못 이해하고 협업을 엉터리로 이끌었다.
내가 업무지시를 잘못한 건가 하고 내 지시 내용을 복기해 봤는데, 그 당시 난 아주 명확히 1) 이 일을 하는 이유, 2) 이 일에서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목표, 3)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우리에게 허용되는 자원, 4) 내가 원하는 결과물의 예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팀원과 다른 팀 실무자가 가지고 온 결과물은 내가 처음부터 다시 관여해야 하는 결과물이다.
그런데 결과물이 잘못 나왔다고 상급자 앞에서 팀원 탓을 할 수도 없지 않은가. 팀의 업무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팀장이다. 그래서 결국 내가 다시 들어가서 일을 하고, 그 일을 보여주고, 이런 방식으로 일하라고 제시한다. 그제야 써먹을만한 결과가 돌아온다.
하지만 이렇다고 모든 일에 리더가 들어갈 수 있는가. 그럴 수는 없다. 리더는 그럴 시간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그렇게 하면 리더에게는 번아웃이 오고, 팀원에게는 권태기가 온다. 이러한 결과는 리더에게도, 팀원에게도, 회사에게도 모두 좋지 않다. 리더는 사람을 제대로 된 곳에 꽂아서 일을 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리더는 팀원들과 그들의 결과물을 신뢰하는 것이 낫다. 물론 그 팀원들이 최소한의 역량과 양심과 근무태도를 가진 인간이라는 전제하에서. 물론 통수도 맞고 신뢰가 깨지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그래도 팀원이 일한 결과가 대강은 맞을 것이라고 신뢰하고, 이들을 취합해서 업무를 추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비로소 드러나는 문제들을 극복하는 것이 나을 때가 많다.
처음부터 내가 모든 걸 다 하겠다는 태도로 멀리 갈 수는 없다. 물론 팀의 모든 업무를 다 봐야 하는 것은 맞지만, 업무를 감독하는 것과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 팀원들을 무턱대고 의심하면 내가 먼저 지친다. 때로는 선해와 용납이 분노와 압박보다 더 멀리, 오래 달려가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