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일주일 전
퇴사 일주일 전
나는 여전히 바빴다.
퇴사를 위한 자료를 정리하고
인수인계 매뉴얼을 만들었다
회사에 산재한 분쟁 별로
시간 순으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그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개별 자료들의 목록을 만들었다.
그 자료들 중 어디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독해 방법도 적어 놓았다.
그 분쟁에서의 주된 쟁점,
그 쟁점에 대한 상대방의 현재 대응, 예상되는 대응,
쟁점에 대하여 적용 가능한 규정과 실무례,
향후 절차와 그 절차에서의 전략 또는 최선책
10기가가 넘는 자료와 수십 페이지의 문서들.
그와 별개로 꼼꼼히 작성한 인수인계 매뉴얼.
자료들을 모두 넘기고
이에 대하여 경영진에게 브리핑을 했다.
1시간 가까운 브리핑 이후
오너에게서 오케이 사인이 나왔다.
그곳에 가서도 잘하십시오.
그리고 마지막 악수를 했다.
팀원들에게는 경영진이 직접 알렸다.
이후 업무 조정을 직접 할 의도인가 보다.
경영진의 방에서 나온 팀원들을
다시 회의실로 불렀다.
역시 팀원들도 대략은 알고 있었다.
다만 퇴사할 사람이 저렇게 열심히 하나 싶어서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인수인계 매뉴얼을 전달하고,
다소 까다로운 협력사 플랫폼 업무를
함께 몇 차례 시뮬레이션 해본다.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퇴사를 이틀 앞두고
회사 근처 식당에서 마지막 회식을 했다.
식당도 내가 예약하고, 미리 음식도 주문했다.
나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앞으로 회사 내에서 예상 가능한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팀원들이 아직 모르는 경영진의 성향에 대해서,
앞으로 달라질 팀의 분위기에 대해서.
크게 내색은 안 하고, 밥도 즐겁게 먹었지만,
속으로는 모두 각자의 생각이 많은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