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준비도 쉽지는 않다.
곧 퇴사할 회사에서는 인수인계를 준비하고,
새로운 회사와는 근로 조건을 협상한다.
제시받은 조건이 나쁘지는 않다.
지금 회사의 인센티브를 포함한 연봉과
새로운 회사의 인센티브를 제외한 연봉이
거의 같다.
국가의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에,
올해는 두 회사 모두
인센티브가 나올 것 같지는 않으니
당연히 후자가 낫다.
그냥 도장 찍어도 될 금액이지만,
그래도 HR팀에 말이나 해보자 싶어서
연봉 500만 원을 인상해 달라고 요청했다.
1천만 원을 올려달라고 하면
이직할 회사 재무팀 승인이 또 필요할 수도 있어서,
느낌상 HR팀의 재량 범위에 있을 것 같은
금액을 불렀다.
내 요구 조건을 들은 회사에서는 수용했다.
짧은 문자 메시지 한 통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제시해 주신 조건에서
연봉 500만 원 인상을 고려해 달라."
역시 말은 해야 맛이다.
그 와중에 이전 회사와는
1달 더 다니며 인수인계를 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내 후임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꼼꼼히 정리하여 넘길 업무도 많았으며,
지금 당장 실무를 진행해야 하는 일도 잔뜩이었다.
심지어 기존 협력사 업무 플랫폼에
신규로 추가해야 할 항목들이 엄청나게 늘어나서
그걸 처리하느라 몇 주 동안
강도 높은 야근을 반복했다.
이렇게 나는 퇴사 티를 안 내고
평소보다 열심히 일 한다고 생각했는데,
퇴사 소식은 생각보다 조용히 퍼져나갔다.
내 후임 채용을 위한 채용 공고의
영상 작업을 한 디자인팀 팀원의
조용한 한 마디부터,
경영진 미팅에 참여하여
내 이야기가 포함된 경영진 업무 리스트를
무심결에 확인한 어느 팀장들까지.
오고 가는 길에 조심스레 물어보는 말에
시원하게 답하기는 어려웠다.
팀원들은 이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평소처럼, 또는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