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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서 Oct 11. 2020

커피 향, 그 한 호흡의 순간

커피 예찬



내게 커피숍은 파라다이스이다.

하느님이 정서적, 정신적 고통을 폭우처럼 내리고

잠깐 동안 쉴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신 것이

커피 향이 미칠 수 있는 만큼의 장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주어진 시간 동안 최대한 머물기 위해

(알뜰주걱으로 내용물을 샅샅이 긁어모으듯)

자리 확보와 주문한 커피를 받는 시간을 가능한 한 짧게 하려고 노력한다.

요즘엔 <사이렌 주문>이라는 기능이 있어서 

커피숍 도착 5분 전부터 심리적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커피숍이 중요하긴 하지만 가장 핵심은 커피이다.

적정한 온도와 시간으로 갓 볶아낸 순수한 커피와

모카처럼 풍부하고 달달한 이벤트가 가미된 각종 커피 음료들,

<커피 향, 그 한 호흡의 순간>

그전에 겪었던 모든 일들은 모래알처럼 스르르 사라지고

위로와 감사 그리고 삶에 대한 공손함이

친절한 파도가 되어 마음 속으로 파고든다.


하느님이 말씀하셨을 거다.

"내가 너희에게 내리노니 커피, 그곳에서 잠시 쉬어가거라."




아이러니하게 커피에도 인생의 맛들이 담겨 있다.

단맛, 쓴맛, 신맛, 떫은맛, 심지어 짠맛도 있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이 땅콩보다 작은 커피 한알에 모두 들어있는 것이다.

이것을 제대로 볶아서 잘 내린 커피에서 나는 향은 미치도록

좋은데 한 모금 마시면 기대와 다른 맛들이 드러난다.

단맛을 빼고는 <영혼의 쉼터>하고 거리가 먼 단어들 아닌가!

생각해 보니 그 또한 의미심장한 조물주의 깊은 뜻이 담겨있다.

 <감각을 잃지 말고 언제라도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깨어있어라,

인생은 그 모든 맛들이 있어 풍부하고 가치가 있는 것이니라.>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를 내리고 빵과 함께 한잔

출근해서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나를 리셋하기 위해 한잔

점심 먹고 한잔

업무가 지칠 즈음 한잔

퇴근해서 친구들과 한잔

핑계를 만들면 하루 10잔도 마실 수 있고

잠을 소홀히 해도 좋은 날에는 그 이상도 마실 수 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많은 위로가 필요한 하루를 보내고 있구나

끊임없이 안식이 필요하고

서럽고

지치고

그런 나를 돌봐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그래서 나의 인생이 아름답고 향기롭구나.


그러니

오늘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와 당신들에게

커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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