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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서 Oct 17. 2020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다니

1년을 자축하며



꽝 다음 기회에!


브런치를 알게 되고 글을 써보기로 한지 1년이 지났다.  어느 날 네이버 메인에 올라온 명화 관련 글을 읽고 글쓴이를 찾아가다 보니 기자나 관련 전문작가가 아닌 개인이다.  와, 멋지다! 개인 글이 포털사이트 메인에 오르다니 말이다.  그래, 결심했어.  나도 도전해 보겠어!  짧게 자유로운 형식의 글을 써서 자기소개와 함께 브런치 문을 두드렸다.  결과는 꽝, 다음 기회에!

아, 나는 부족한 사람이구나.  하기야 내가 뭐라고 그럼 그렇지.  일기도 블로그도 늘 쓰다가 마는 인내심 부족한 나이기에 익숙한 일이었다.  그래도 잔뜩 실망해서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합격이라는 영광을 안고 지속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 걸까 궁금해졌다.  이리저리 검색해보니 다행히 한 번에 붙지 않는 사람들이 꽤 되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두 번째 도전을 하다


글 쓰는 교육을 제대로 받은 것도 아니니까 딱히 첫 번째 글과 다른 건 없었다.  그저 성의껏 내 생각을 조용히 써 내려갔다.  무엇을 쓸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찰나에 대한 나의 시각>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던 것 같다.  뭔가 추상적인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딱히 전문가적인 견해를 나눌 조건도 실력도 되지 않으니 나로서는 최선이었다.  그렇게 형식적인 기술을 몇 가지 하고 <신청하기> 버튼을 누르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심사시간 약 1주일, 매일 합격과 불합격의 분침을 오가는 지루한 시간을 보내면서 동시에 또다시 불합격될까 조바심에 긴장이 되었다.  그렇지만 혹시 떨어진다 해도 오랜만에 갖는 기대와 희망이 나쁘지 않았다.  

드디어 받은 합격 메일!

정말이지 너무 좋아서 V자를 만든 손가락을 하늘에 대고 계속해서 찔러보고 싶었다. (하늘이 진짜 뚫렸을까?) 점심시간에 직장 근처 탄천에 뛰어나가 무성한 벚나무 아래 섰다.  이야아앗!  (인생은 아름다워)

그렇게 하루정도 나의 효용은 극대화되었고 내 글이 네이버 메인 화면을 장식하는 상상을 하며 김치 국물 한 사발을 벌컥벌컥 마셨다.

나.는. 브.런.치. 작.가다.




첫 글을 쓰고 도망가다


막상 글을 올려놓고 보니 많이 부끄러웠다.  누가 읽어 줄 만한 글인가, 혹시 이런 글을 썼다고 비난하지는 않을까? 한 눈을 질끈 감고 급하게 <발행하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차마 반응을 확인할 수 없어서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알람을 꺼 두었다.  조마조마.

<갑분싸>  라이킷 1명,  그래 내가 뭐 그렇지, 금방 의기소침해졌다.  게다가 문서작성이나 간단한 포토샵을 다룰 수 있으면서도 브런치 편집 틀이 낯설었다.  노트북으로 작성한 글은 스마트폰에서 보기 불편했다.  글이야 읽는다지만 단어가 잘려서 줄이 하나 만들어지고 줄마다 한 두 글자씩만 남았다.  다른 작가들은 사진도 여러 장 한 번에 나열하던데 도무지 클릭을 아무리 해도 나란히 붙어있지 않았다.  아, 이런 똥 손 같으니라고.  도망가자!

그런와중에도 카톡 알람은 끊임없이 새로운 글을 날라다 주었다.  처음에는 계속 무시했다.  친구들의 카톡을 들여다볼 때마다 브런치가 거슬렸지만 모른 척해버렸다.  

그런데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움직이게 하는 건가, 정보가 입력된 시스템은 절대로 길을 잃는 일이 없다.  

그렇게 계속 이는 알람 때문에 결국 나는 글들을 다시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잊을 수는 없었다.  


브런치 속에 그 많은 작품들은 모두 저마다의 색깔이 있었다.  필력은 물론이고 내용도 다양하고 전문적이어서 신간 책을 읽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니 내가 받은 1개의 라이킷은 아주 마음씨가 좋은 어느 작가분의 따뜻한 격려가 분명했다.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참 잘했어요> 도장 대신에 <분발해 주세요>라는 도장을 내 글에 찍어주신 것이다.  

그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부끄럽지만)

막상 내 실력을 인정하고 보니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내 글 실력이 향상되고 콘텐츠가 풍부해지는 걸까.  물론 답은 알고 있다.  백 프로 정답은 아니지만, 정답에 가까운 답 말이다.

눈에 뜨일 때마다 사놓은 예쁜 노트가 책장 한켠에 높게 쌓여있다.  어떤 것은 메모 한두 개가 끄적여져 있고 또 어떤 것은 텅텅 빈 마음만 가득하다.  여기에 나의 역사로 채우고, 감사와 행복으로 채우고, 신이 나서 달뜬 마음으로 채우고, 유용한 정보로 채우고, 각종 알람으로 가득 채우다 보면 그곳에 도달할 수 있겠지.

기록되어야 할 모든 것들이 머릿속 깊은 골짜기마다 숨겨져 있다.  다만, 저장된 위치가 어디인지 모를 잊혀진 이야기들이 준비 없이 툭툭 튀어나와 무익하게 사그라들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야기와 정보가 만나고, 이야기와 그림이 만나고, 이야기와 사람이 만나고 그렇게 나의 글들도 풍부하고 읽을 가치를 갖추게 될 것이다.  

<는 지구력 있는 사람이니까.>


가을이 왔다.  브런치 속에 내 글도 형형색색이 아름답게 물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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