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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서 Mar 15. 2022

하루

파란 바다를 꿈꾸며


홑겹 저고리 수선화 같기도

청백자 타오르는 가마 속 같기도 한 하루를

어찌 물에 새겨 넣을 수 있겠습니까.

 

때로는 내가 타오르는 듯

때로는 내가 찔리우는 듯

세상 모든 형용사로 점철된 하루를

어떻게 물에 새겨 넣을 수 있겠습니까.


<빠르다 뿌르>에서 수많은 별들의 낙하를 보았을 때처럼

설레고 벅찬 공기로 가득한 하루를

무슨 수로 물에 새겨 넣을 수 있겠습니까. 


뚜벅이 인생 서럽다며

길가 전보산대 붙잡고 엉엉 울어버린 날

동그랗게 말린 새우등처럼 쭈그리고 앉아

죄 없는 땅만 나뭇가지로 박박 긁던 초라함을

무어라 말하며 물에 새겨 넣겠습니까.


그러나

해보기로 했습니다.

오늘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해도 

더하기와 빼기를 자꾸 하다 보면 언젠가는

커다란 바다가 되지 않을까 하는 어린애 같은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나의 바다는 

초원에서 동물들의 식수가 되었던 줄기도 있겠고

험한 계곡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면서 진달래를 잔뜩 실어 오기도 하고

도시를 도는 강줄기를 따라 이것저것 삶의 찌꺼기들을  데려 오기도 하겠지만

결국 하늘처럼 파란 바다가 될 거라는 믿음에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순간적으로 무모해 보일지라도

일시적으로 허무해 보일지라도

뒤돌아온 시간이 무용한 존재처럼 느껴질지라도


파란 바다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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