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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서 Sep 04. 2022

뿌리가 박힌 건 무서워!

걷고 싶어 뛰고 싶어 날고 싶어


그래서 내가 산이 싫고 나무 되기를 거부하는 거야


시커먼 저 밑 죽음의 신들이 쭉쭉 뻗은 다리를 움켜쥐고 있어

바람이라도 불어 떠오르면

힘껏 당겨 더 깊숙이 박아 버리지

박제가 되어 버린 관 속


나는 하강하는 자이로드롭 

길을 걷다가 문득 꺼져버릴 것 같아

멈칫

섬찟


새가 될래

바람이 될래

다음 생의 산은 너야

나무는 너야


세상을 날다가 틈나면 찾을게

구름과 놀다가 해지면 들를게

배고프고 목마르면 

머물다 떠날게


모든 생명을 품고 있는 산은 신과 같다고

천년을 한결같이 서 있는 거목은 웅장한 역사라고

끊임없이 나를 세우는 너는 

이기적이야


번개가 치기를 기다려

광풍이 불어오길 기다려

지각 변동으로 산산이 부서지길 기다려

그렇게 좋으면 다음 생은 네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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