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어 뛰고 싶어 날고 싶어
그래서 내가 산이 싫고 나무 되기를 거부하는 거야
시커먼 저 밑 죽음의 신들이 쭉쭉 뻗은 다리를 움켜쥐고 있어
바람이라도 불어 떠오르면
힘껏 당겨 더 깊숙이 박아 버리지
박제가 되어 버린 관 속
나는 하강하는 자이로드롭
길을 걷다가 문득 꺼져버릴 것 같아
멈칫
섬찟
새가 될래
바람이 될래
다음 생의 산은 너야
나무는 너야
세상을 날다가 틈나면 찾을게
구름과 놀다가 해지면 들를게
배고프고 목마르면
머물다 떠날게
모든 생명을 품고 있는 산은 신과 같다고
천년을 한결같이 서 있는 거목은 웅장한 역사라고
끊임없이 나를 세우는 너는
이기적이야
번개가 치기를 기다려
광풍이 불어오길 기다려
지각 변동으로 산산이 부서지길 기다려
그렇게 좋으면 다음 생은 네가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