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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정신병동 입원기 - 1일차

나는 어쩌다 이곳에 들어오게 된 것인가

by 수덕헌

환의를 입는 것도, 물건 검사를 받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모두 작년에 입원해 본 경험이 있는 까닭이겠지.

모월 모일. 한 청년이 교회 옥상으로 올라가 난간 위에 선다. 떨어질까 말까 20분을 망설이다 결국 경찰과 구급대원이 와서 그를 끌어내린다. 그는 “죽고 싶어서 난간에 올라갔다. 근데 겁이 나서 뛰어내리지 못했다.”라고 답했고, 때마침 그가 다니던 병원에서 입원 여부를 물어보는 전화가 온다. 경찰과 구급대원은 하나같이 입원을 권유하고, 그는 경찰차에 타고 병원으로 향한다...

정신과에 가서 고개를 수그리고 앉아 있으니, 가까운 데 사시는 이모께서 도착하셨다. 이모는 내게 “걷자”고 말하셨다. 그래서 병원 주위를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이모께서는 본인이 힘들었던 경험을 얘기하며, 나의 자살 기도가 ‘배불러서 하는 짓이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셨다. 내 속도 뒤집어질 것 같았지만 이모의 말씀을 묵묵히 듣는데, 문제는 어머니께서 오시고 나서였다. 우리 집에서 병원까지 한 시간 거린데, 어머니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오셨다. 그 한 시간 거리를 오신 후 나를 보시고 아무런 말씀도 없으셨다. 물론, 나도 어머니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입 밖으로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정신과 병동은 상가 건물에 있었다. 입원 수속을 마치고, 내 곁엔 어머니 대신 이모가 계시고, 이 상담실에서 대여섯 명의 간호사가 왔다 갔다 하며 내게 서류를 보여주고, 주의 사항을 알려주고,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병동 소개를 하고, 마지막으로 내 짐 검사를 한 후 환의를 주었다. 나는 그 흰색 환의를 받아들고 탈의실로 향했다. 동시에, 이모와 인사도 못한 채로 헤어졌다.

나는 작년에도 비슷한 사유로 정신병동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나와 같은 병실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현역 군인이었고, 화장실 및 샤워실 상태가 열악했고, 배달 음식이 가능했고, TV에선 올림픽을 한창 생중계했던 기억이 났다. 그와 지금을 비교하면 같은 병실 쓰는 사람들은 전부 한마디도 하지 않고, 화장실이랑 샤워실은 뭐 그냥 그런대로 깨끗한 것 같고, 배달 음식 안 되고, 내가 있는 방 TV는 웬 할아버지가 리모컨을 독점하시는데, 하루 종일 트로트 방송을 시청하셨다.

첫날 밤이 되자마자 나는 질렸다. 보통 정신병동 입원을 하게 되면 준비물을 챙겨오는데, 나는 사고를 치고 수습용으로 급히 들어온 것이라 무얼 준비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세면도구야 편의점에서 사면 된다 해도, 속옷은 주변에 속옷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달랑 내가 지금 입고 있는 거 한 장밖에 없었다. TV는 뉴스랑 트로트만 나오고, 차라리 책이나 문제집이 있다면 그걸 보고 공부하겠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내 왼쪽과 맞은편 침대의 할아버지, 나머지 사람들 모두 말 걸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 생일과 알바 핑계를 대서 집에 가고 싶었다. ‘그녀’가 나타나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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