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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울 Jun 29. 2024

속마음

타인의 속마음을 엿본 날.

나는 잠시 동안 그들 품에 녹아내렸다.


우린 타인이었고, 앞으로도 타인일 테지만

달고도 빛나는 선악과를 탐내듯,

그들의 글을 가득 품었지.


나는 모든 글에 그들이 담겨 있다는 생각을 품고 사는데, 그래서일까.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그들의 일상을 엿본다는 생각에

죄악을 저지른 양 부끄러웠다.


어디까지 네 삶에 발을 담글 수 있을까.


사람들의 속 마음을 꿰뚫는 건

늘 죄악의 영역인양 부끄러워한 나.


합법적인 루트로 그 사람을 파헤친다니

이건 독자의 특권이다.


나는 나를 드러내지 못했건만,

어찌 그리도 본인을 잘 드러내는지.


‘제가 쓴 책이에요.’라는 말 한마디가

진하게 뭉쳐 귀 끝에 맺힌 건 그 탓일 테다.


그렇다면,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다양한 사람들에게 기 빨림?


틴더를 깔았더니 내 책을 읽은 사람을 만났다는 말부터, 본인에 대해 고민하고 낸 결론이 오이 헤이터라는 말.


파도라는 고양이를 담았다는 사진첩에 담긴

그의 시선까지 나를 드러내는 것 외에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어떤 이는 본인의 책을 찢어주었고,

어떤 이는 함께 미스터리를 풀어보자 말한다.


나는 낯선 이를 보자마자 연애를 시작하고,

이별을 겪은 양 그들의 속내를 알아버렸지.


잠시동안은 한 없이 녹아내린 시간.

그들의 잔잔한 목소리가 나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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