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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그래서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거야?

by 벼리울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말을 안 해주면 어떻게 알아."

"너는 주어, 목적어, 동사를 전부 빼고 말해, 그러고선 알아주길 바라면 내가 어떻게 알아야 할까."


맞는 말이야, 나도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사실은 내가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욕망에서 나온 이기심이 말을 줄이고, 또 줄이게 만든 건 아닐까 싶기도 해.


오해, 오해가 생기는 건 말뿐이 아닌데 말이지.

말없이 멍하니 고개를 가로젓거나, 널 뒤로 한 채 혼자 걷는 것까지 전부 내 감정을 표현한 일이니 말이야.


사실, 나도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

화가 나도, 금방 사라질 걸 아니까 화내고 싶진 않고,

그렇다고 말 안 하기 싫고, 그래서 나온 행동들 아닐까.


가시 박힌 말을 한다고 우리가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 왜 서로에게 상처를 줄까 싶어.


좋은 사람이고 싶은 적 없어? 난 늘 내가 좋은 사람이었으면 해. 그게 나의 욕망인가 봐.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그러게,

나도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그렇기에 화내는 네가 멋있다 느끼기도 해.

밤이라 그런지 몰라도, 그렇다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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