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미건조 혹은 평온

by 벼리울

글을 써야겠다 생각한 건, 오늘 아침. 혹은 8월의 첫날부터였을 테다.


그전까지는 글 쓰는 걸 꽤 좋아한다 생각했는데, 오늘 나에게 온 단어 하나에 숨이 턱 막히고 말았다. '가뜩이나 바쁜 하루에 감성까지 끌어내야 해?'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싶다 말한 것 같은데, 정작 노트북 앞에 앉으니 떠오르는 말이 없다. 애써 좋아했던 사람을 떠올리고, 오래된 짙은 이별을 떠올려도 생각나지 않는 문장들.


"안아줄게, 너 참 고단해 보여"라는 말도,

"짖어, 내가" 라며 강아지를 자랑하는 친구에게 보낸 카톡도.

"이 노래를 듣는데 네가 생각나더라, 파란색 잘 어울린다"라는 연락까지 전부 일상적인 듯 일상적이지 않게 느껴진다.


오늘은 왜인지 평온하면서도, 평온하지 않은걸. 억지로 감성적인 음악을 틀고, 카페에 자리 잡았음에도 집중되지 않던 마음. 억지로 들이킨 1L 용량의 커피 탓인지 눈이 저릿했다.


분명 꿈에 대해 적고 싶었는데, 기억나는 게 없다. 내 머리에 남은 건 흐릿한 기억뿐. 카톡 창을 켠 뒤 '내가 엄청 오빠한테 서운한 꿈을 꾸었거든? 근데 오빠가 꿈에서 다 풀어줬어.' 뭉뚱그린 메시지를 보냈다.


'둘 다 꿈이었다는 거지? ㅋㅋ. 잠 너무 오래 자지 마' 그렇지 넌 그런 사람이지. 하다못해 궁금해할 줄 알았는데 무심한 듯 관심이 담긴 카톡에 웃음이 나왔다. 나를 아프게 할 거란 생각도, 떠날 거란 생각도 안 들게 하는 단편적인 사람이다.


결국 나는 '오빠 내가 꿈에서 오빠가 바람피워서 속상했다 말했잖아, 왜인지 모르겠는데 그런 꿈을 꾼 순간 조금 싱숭생숭했단 말이지? 근데 오빠가 진짜 별거 아닌 것처럼 넘어가니까 오빠답다 싶어서 웃음이 나왔어'라는 카톡을 하고,


너는 '별거 아닌 게 맞으니깐 ㅋㅋ 난 꿈에 잘 의미부여 안 해서, 나 좀 쉬다 운동 다녀오게 ㅋㅋ'라는 말을 한다. 늘 감정적인 면은 내가 가져가고, 별거 아니라는 듯 넘어가는 건 네가 가져간다. 늘 생각하는 건 나, 너는 나의 큰 상상력을 아주 작게 뭉쳐 별거 아니라는 듯 넘기곤 한다.


'잘 지내? 남자친구와는 어때?'라는 말에 '비슷해,'라고 말하는 것도 전부 네 덕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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