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걸렸다. 아차 하는 느낌이었는데 정말 코로나일 줄이야. 코로나 팬데믹 때도 멀쩡했는데 마른기침을 하더니 코로나란다. “나 코로나 팬데믹 때도 멀쩡했던 사람이야!!!” 하필 퇴사 첫날에 두 줄을 보다니 어이가 없었다. 올해 들어 감염자가 가장 많다는 뉴스는 읽었지만 그 주인공이 나일줄이야.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코로나래 오빠도 검사해 봐야 할 것 같아” 우리가 키스를 안 해서 다행이라는 말로 웃어넘겼지만 죄책감이 밀려왔다. 어쩐지 감기라기엔 머리가 어지럽고 일찍 잠드는 게 낯설긴 했다. 그 모든 게 코로나 때문이라니 이제야 납득이 간다. 꾀병은 아니었구나. 약속을 취소하고 다시 코로나 증상을 검색했다. 열이 나고 마른기침, 근육통까지... 어쩐지 최근 들어 팔이 진동모드처럼 떨리더라니, 다 이유가 있었다. 커피를 마셨다. 여름의 열기를 느끼니 술 한잔이 간절하게 당겨온다. ‘안 되겠어, 위스키 없으면 큰일 날 것 같아.’ 친구에게 연락을 보낸 뒤 헤네시 한 잔을 따랐다. 그 사이에 온 문자 ‘존윅도 총 맞고 위스키 마시던데 넌 이제 여자 존윅이야.’ 손으로 잔을 꼭 잡고 온도가 오르길 기다린다. 오늘 내 온도는 누구보다 높으니 감칠맛이 더해질 테지, 그리고 한 입. 역시나 알코올 맛이 났다. 단 맛의 위스키가 생각났다. 이런 날엔 코퍼독인데 말이야.
그리고 아침. 위스키 덕인지, 푹 잔 덕인지 회복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이라면 뭐든 할 것 같은데 말이지. 오늘은 푹 늘어져보기로 했다. 부대찌개를 끓이고 잠을 잤다. 바나나킥을 먹고 복숭아를 까먹은 게 오늘 내가 한 일. 그래, 쉴 때 푹 쉬자. 그동안 고생했으니 쉬라는 뜻이겠지. 나에게 작은 회복기를 주기로 했다.
“쉬어도 돼, 그래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