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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달빛을 그리워 한 건 나야.

by 벼리울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 뭐야. 너를 보내기 싫어서 시계조차 보지 않고 조잘거리던 그 밤이 말이야. 우린 더운 여름을 보내고 눈 내리는 겨울이 오는 동안 꽤 많이 변한 것 같아.


단호한 말을 꺼내야만 했던 날, 나는 조금 슬펐어. 용서라는 단어 하나로 너를 저주했으니 말이야. 정작 나는 네가 눈물을 품고 날 안아주기만을 바랐거든.


생각보다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뒤돌아선 날. 찬송가 구절 하나하나 눈물을 참고 또 참은 것 같아. 네 이름이 적힌 핸드폰을 들여다보다 이름을 바꾸고 너의 흔적을 지웠으니 말이야.


네가 나를 찾아온다면 내가 안아줘야 할까, 두 팔을 벌리고 널 기다려야 할까. 그런 고민을 했지 뭐야. 감히 말이지.


어떤 말은 소리 없이 피어나 표현하지 않고서도 느껴지곤 해. 한없이 가라앉아 바닥을 찍고 조용히 머물 기도 하지, 돌멩이처럼 말이야.


결국 누구에게도 못한 이야기를 올망졸망한 그녀에게만 전했어. 위태로운 달빛처럼, 나는 누구에게나 빛을 비추고 싶었거든. 근데 그 빛에 닿았던 넌 태양을 그리워했더라고.


너에게 빛이 닳아버린 뒤에 알아버린 거야, 우리가 원한 빛의 원천이 달랐다는 걸 말이지.


그래서 밤을 끝내기로 했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 뭐야, 너를 보내기 싫어 시계조차 보지 않고 조잘거리던 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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