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불었지,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와 함께 쌀쌀한 바람을 느끼었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는 우리.
또 하루 멀어져 가고, 또다시 멀어지는 삶을 살고 있다는 '서른 즈음에-김광석'의 가사가 허를 찔렀다.
요즘 들어 의욕을 잃었다.
과한 열정에 불타 재가 된 것도 잠시.
다시 살아갈 거라 외쳤건만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패딩을 걸쳐도 시리던 하루였는데,
오늘은 또 눅눅한 것이.
날씨란 것은 마음대로 되지 않기에, 겉옷을 벗었다.
문득 가을이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이별에도 담담한 줄 알았건만,
한없이 우울해진 밤.
방 안 침대에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누군가의 죽음이라니 너무도 낯선 후회가 흘렀다.
내가 겪은 죽음은 너무도 미워하던 그와,
너무도 애처롭던 그였기에
가을은 너무도 추웠다.
30살이 되면 짧고 굵게 살다 죽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2025년이 되면 여행을 떠나고,
쿠바의 어느 바에서 신나게 데낄라를 마시며 춤을 추다 그대로 죽고 싶다 말하던 나.
백년해로라니 가능할 수 있을까.
죽음을 너무도 많이 보아 무덤덤해졌다는 엄마의 말에
고개를 숙인 밤.
우리는 서로의 감정에 너무도 취해있기에
어떤 위로의 말도 꺼낼 수 없었지.
그저 사랑한다는 말뿐.
그렇게 소중하다는 말을 뱉을 뿐.
서로를 위로할 수 없던 밤.
말을 삼키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