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뒤 적막

지루함 속 이런 이벤트를 원한 건 아니야.

by 벼리울

사실 나는

안정감을 주는 널 좋아하면서도 지루해했어,


너를 질리게 하는 일들이 세상에 가득한 거야.


그러다 문득 깨달은 거지.

네 삶에는 내가 있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그전까지는 그저 네가 밉다. 그럼에도 좋다처럼

이중적인 감정이었는데,


늘 사랑한다 말해주는 것도, 아침 인사를 해주는 것도,

자기 전에 통화도 너무나도 익숙하던 것들이 멀어지는 때.


그때 느낀 것 같아.


흘러내리는 가방을 네가 잡고 있는다던가,

날이 춥다며 손을 잡아준다거나.

정신을 놓고 있다가도 연락을 해준다던가 하는.

그래, 네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었겠다.


내 이름을 부르는 문자에 쿵 하는 소리가 들렸어.

잠시동안의 적막은 늘 이별이었는데 말이지.


나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저지르기 전까지,

그 사람에 대해 미뤄두는 일을 해. 너도 나에겐 그런 사람 아니었을까?


잠이 전부 깨버렸어.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고.


끝까지 너는 내가 밉다거나, 싫다는 말은 안 하더라.

그저, 미래를 생각하는 너에게

내가 맞는 사람일지 모르겠단 말이었지.


한 달도, 아니 그보다 더 된 시간을

말도 없이 혼자 묵혀온 거야.


그러게 말이지,

결혼이라는 단어 앞에서 나는 어떤 말을 할 수 없네.


늘 확언보단 피하는 삶을 살아온 것 같아.


나는 아직 어리니까, 뭣도 모르니까,

책임질 사람까지 생긴다면 그건 부담이니까.

등등. 여러 제약을 걸어두었지.


이직을 하고, 집을 사고, 소중한 사람과 결실을 맺고 싶다는 먼 너에겐 내가 못 미더웠을지도.


퇴사를 하고 불현듯 중남미 여행을 떠나겠단 나의 포부는 불안이겠지?


운동을 했으면 한다는 말에도, 이직을 했으면 한다는 말에도, 내 마음이 너무 확고해서 말할 수 없었다는 말이 속을 후벼 파더라.


혼자만 생각하고 정리해 온 것이 엉망진창 흐트러진 것 같아.


삶에서 너를 보내게 된다면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자신이 없어.


너라면 누군가를 만나 다시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정말 별거 아닌데 나도 내 이름 두자에

우리 관계가 뒤틀렸음을 느꼈어.


30이 넘으면 좋은 사람이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나쁘지 않네 라는 말이 가장 큰 칭찬이래.


나는 결혼이라는 잣대에 너를 미워하는 게 싫어 결혼이란 단어를 제외했는데,

너는 나에게 그 잣대를 들이댔구나.


결혼이란 단어가 준 고민만은 아닌 것 같지?

해야 할 이야기들이었어.

진지하게 앞 길을 생각해야 하는 건 사실이니까


그럼에도, 이런 긴장감을 원한 건 아닌데.

지루함이 늘어나 눈물을 주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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