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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울 Feb 12. 2024

가뿐 신음

사랑하자, 앞으로도.


나는 행복했었다.

아니 그렇다 믿었고, 그런 나를 좋아했다.


다시 본래의 일상이 돌아왔다.

책을 읽었다, 글을 쓰고 영화를 보았다.


귀찮다고 미뤄두던 전시를 보고,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하는 일상에 놓였다.


약해지기 싫었다. 강한 말만 해야 할 것 같았고,

마음 어린 소리는 속 안에 꾹 숨겨놓았던 시기.


힘들다는 말도, 지친다는 말도 그 안에 숨어 있을

수많은 감정을 알기에 놓아주어야 했다.


당당하게 힘들다 말하고, 그 안에서 답을 찾고,

무엇인가 할 수 있다면 약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말해주고 싶지만 너는 듣지 않겠지.


무엇이든 핑계였다.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에 착한 감정을 담아 가해자가 되길 피하고픈 마음.


타로카드를 여러 번 뒤집으며 네가 날 좋아한다는 말에

사실이길 바랐지만, 그건 기만일 테다.


너에게 다시 잡히게 된다면 후회할 거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것도 사실.


내 고민이 풀리길 바란다는 말을 수용하고 싶지 않지만,

나도 알고 있던 내용이었다.


대략적으로든 아니든 내 마음은 이미 끝을 향해 온 거겠지?


너를 만난 이후, 너와 같은 연애는 하지 못할 거라 믿었다.

오 년 만에 나를 찾아온 사랑이니 잊기 어려울 거란 마음.

과오였다.


여러 번 카드를 뒤집어 본들.

우린

이별을 말할 테니.


사랑한 만큼 많이 배웠다는 나의 말에

그를 나쁜 이라 칭해도 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건

그토록 확고한 너의 말투 탓이다.


15명 이상을 만나온 너라며 본인을 소개하는 말에

웃음이 나온 건 그만큼 초연해 보이는 네 미소 탓이었다.



맞는 말이다.

내가 널 좋은 사람으로 미화한 건

우리의 감정이 헛되지 않았기를 바라는 욕심인 게다.


나는 처음 겪는 어른의 연애라는 말에,

성숙한 감정에 빠져 있었다.


오랜만에 가뿐해진 감정이 콧노래를 훔친 날.

내 고민은 가뿐 신음이 되어 일말의 욕망으로 날아갈 테지.


그래, 사랑, 앞으로도 가능해.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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