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자, 앞으로도.
나는 행복했었다.
아니 그렇다 믿었고, 그런 나를 좋아했다.
다시 본래의 일상이 돌아왔다.
책을 읽었다, 글을 쓰고 영화를 보았다.
귀찮다고 미뤄두던 전시를 보고,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하는 일상에 놓였다.
약해지기 싫었다. 강한 말만 해야 할 것 같았고,
마음 어린 소리는 속 안에 꾹 숨겨놓았던 시기.
힘들다는 말도, 지친다는 말도 그 안에 숨어 있을
수많은 감정을 알기에 놓아주어야 했다.
당당하게 힘들다 말하고, 그 안에서 답을 찾고,
무엇인가 할 수 있다면 약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말해주고 싶지만 너는 듣지 않겠지.
무엇이든 핑계였다.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에 착한 감정을 담아 가해자가 되길 피하고픈 마음.
타로카드를 여러 번 뒤집으며 네가 날 좋아한다는 말에
사실이길 바랐지만, 그건 기만일 테다.
너에게 다시 잡히게 된다면 후회할 거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것도 사실.
내 고민이 풀리길 바란다는 말을 수용하고 싶지 않지만,
나도 알고 있던 내용이었다.
대략적으로든 아니든 내 마음은 이미 끝을 향해 온 거겠지?
너를 만난 이후, 너와 같은 연애는 하지 못할 거라 믿었다.
오 년 만에 나를 찾아온 사랑이니 잊기 어려울 거란 마음.
과오였다.
여러 번 카드를 뒤집어 본들.
우린
이별을 말할 테니.
사랑한 만큼 많이 배웠다는 나의 말에
그를 나쁜 이라 칭해도 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건
그토록 확고한 너의 말투 탓이다.
15명 이상을 만나온 너라며 본인을 소개하는 말에
웃음이 나온 건 그만큼 초연해 보이는 네 미소 탓이었다.
맞는 말이다.
내가 널 좋은 사람으로 미화한 건
우리의 감정이 헛되지 않았기를 바라는 욕심인 게다.
나는 처음 겪는 어른의 연애라는 말에,
성숙한 감정에 빠져 있었다.
오랜만에 가뿐해진 감정이 콧노래를 훔친 날.
내 고민은 가뿐 신음이 되어 일말의 욕망으로 날아갈 테지.
그래, 사랑, 앞으로도 가능해.
충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