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리울 Apr 07. 2024

사당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

사실 새로운 사람은 늘 만나왔지만,

뭐랄까 목적 있는 혹은 목적을 숨긴 만남이 필요했던 날.


나의 이에게 만남을 숨긴 채 술을 마셨다. 전 날 마신 술 때문인지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은 날. 빈티지한 느낌의 회색 모자를 눌러쓴 채 해장을 하고,

집에서 멍하니 천장만을 바라보았지. 진원이에게 전화를 걸었고, 우리는 서로가 연하를 만나야 한다며 잠시 대화한 것 같다. 이젠 재고 따지는 관계는 싫다 그랬나.

네가 시간을 달라 말했을 때 나는 너를 놓아보기로 했다. 잠시는 자유로워도 좋을 거란 마음.


나의 마음은 너의 카톡을 보는 속도와 비례해 잠에 들었다는 말만 남았다. 별 건 아니었다. 나를 진지하게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아이는 연락 없이 열심히 살아보고 싶단 말을 남겼고, 나는 사당. 사당역으로 향했으니.


무엇을 하든 편하게 와도 좋다는 친구의 말덕에 편한 마음으로 떠난 여행길. 숙취가 심해 일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가끔 내가 마음에 들었지만, 자주 내가 싫었다.' 이름이 좋아 구입한 책처럼 불나방처럼 흥미로운 것만 보면 쉬지 않고 달리는 나. 다음 날이 되면 쉽게 저물어버리는 내가 밉기도 했다. 권진아의 운이 좋았지 라는 노래 가사처럼 모든 세상에 몽글몽글한 필터가 씐 날.


어떤 말을 적는지도 모른 채 끄적인 이야기들 아무리 읽어봐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정답일 테다.

작가의 이전글 와인 모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