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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울 Apr 13. 2024

나는 너를,

너를 내가

그런 말을 하지,

나처럼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이라고.

너는 그래본 적 없다고 말이야.


사실 나는 내가 날 사랑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그래야 한다는 의무에 취했는지도 몰라.


성숙한 척, 어른인 척을 했지만

나는 어른아이.


가끔은 의지하고 싶다는 너의 말에 의기소침해진 나였어.


어리고도 부족하기에 괜스레 어른인 척

의기양양한 척 배를 내민 나.

너는 내 배를 보며 웃음을 지었지.

어쩜 이렇게 작은 사람이 있냐며 말이야.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라 늘 의무적인 장치를 벗어던지잖아.

맨 발로 보호 장치 없이 모래 바닥을 걸은 날

네가 한 말 기억해?


조개 조각에 다친 날.

아프다는 한마디 말에 넌 주저 없이 손을 내밀었어.



소금기 묻은 내 발을 만지며 네가 말했나,

어디가 아프냐고.


검지와 엄지 그 사이 어딘가 고통은 사라지고,

잠시 내가 너무도 어렸다는 생각을 했다.


차디 찬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동안

너는 내 모습을 사진으로, 영상으로 남겼잖아.


피곤을 무릅쓰고 나와 벚꽃을 함께 맞은 날.

벚꽃을 잡았다며 나에게 꽃잎을 내민 순간

너의 소원이 나이길 바랐어.


감정선이 크지 않은 너를 사랑하게 된 건

그 탓인 듯해.


발을 닦는 동안

자연스럽게 휴지를 꺼내주고,


이층높이의 간판을 보지 못하는 나를 위해

무릎에 물이 찼다면서도 나를 업어준 너.



다리에 쥐가 나도 자세를 바꾸며 나를 안아준 네 탓이야.


나도 모르겠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지,

아무것도.


HP가 달듯 체력이 사라졌다 그랬나.

간헐적으로 우는 아이처럼,


혹은 소리를 듣지 못해 사람의 손길을 무서워하는 강아지처럼 너 또한 그런 걸까 시간을 준 날이야.


난 네 옆에 남아있고,

언제 또 서울에 오냐는 말에 피곤해서,

정신이 없다는 핑계를 남겼어.


나에겐

네가 우선이기에 뱉은 말들.


네가 오면 쭉 시간을 비우겠단 말은 전부 진심이야.

난 아무래도 너를, 사랑하는 것 같다.


별거 없이 그저 우직이 서 있는 너를

내가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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