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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울 Apr 26. 2024

작은 행복


그 책을 읽고 싶진 않았어요.

특히 내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그녀의 책이라니.


'각시메뚜기'라는 단어에 왜 그리도 꽂힌 건지

읽고 싶던 소설책을 내려두고 그녀의 책을 구입할 줄이야. 무슨 일인가 싶었어요.


우리는 살면서 여러 가지의 고민과 결정을 한다는데

이 책을 사기까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아무래도 그녀가 뿌린 마법가루에 지배당한 것 같아요.

파란색의 조명과 보라색 겉옷을 입은 행인, 오른쪽 깜빡이를 킨 채 우회전을 하는 차량까지. 왜 제 눈에 들어온 걸까요.


오늘따라 멍하고 난리난 하루였어요.


아침에 입은 옷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만난 지 한참 지난 옛 친구를 마주했지요.


'나울아'라고 부르는 소리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 그 이름까지. 반가웠고요.


여하튼.

오늘은 매우 멍하고 띵했단 말입니다.

어깨가 심히 뭉쳐있더니

거북목이 된 건 아닐까 걱정했어요.


전 날 꺼내 둔 장미꽃 원피스도

마음에 들지 않아 벗어던졌죠.


왜 제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지.

오늘따라 지치고 피곤한 하루의 시작.

그렇기에 재미난 일을 가득 담아주었나 봅니다.


아침엔 바닥에 누워 곤히 자던 산이와 순이를 만났죠.

아, 산이순이를 모르시겠죠?

산이와 순이는 출근길에 매일 인사하는 강아지예요.

간식도 주고, 애정도 주고, 이 아이들을 위해 출근길을 굳이 걸어가고 가방엔 늘 물티슈를 챙겨둔답니다.


자고 있는 산이가 다가와 인사를 하는 모양새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마음대로 되는 건 없지만 산이가 인사를 해주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이에요.


오랜만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은 날.

갑작스럽게 들리는 '나울아, 안녕!'이란 말도 반가웠습니다. 물론 연락은 못했지만 그리웠어요!


그 시절의 내가 떠올랐으니 말이지요.


이 어찌나 흥분되는 일입니까.

일에 치여 달을 보지 못해 아쉽다 하더니,

이젠

사소로운 행복을 즐기고 있어요.


나이가 들었거나 뭐 어찌 되었거나.

어디선가 베이비파우더 향이 난다는 말에 '응애'라는 무리수를 던져도 보고 바보처럼 웃기도 했습니다.


퇴근 5분 전, 갑작스레 나를 보러 온다는 그의 말처럼.

작은 설렘이 남은 하루.


좋아해요. 오늘 같은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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