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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울 May 02. 2024

꽁꽁

유난히 따스한 날.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게 하루가 시작되었어.


오늘은 좋아하는 친구를 6년 만에 보는 날이지.

매일매일을 붙어 다니더니 졸업 후엔

서로 안부조차 묻지 않았다니 말도 안 되지?


일어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더니,

급기야 멀미까지 나는 거 있지?


앙금빵이 문제였는지 속이 쓰렸어.

커피를 마시고 샤워까지 마친 시간.

오후 11시가 되었네.


할 일을 꺼내 열심히 글을 끄적이다 집 문을 나섰어.


오랜만에 방문한 영화관은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 찼고, 우린 팝콘을 먹기 위한 줄에 서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 것 같아.


그거 알아? 메가박스에 내가 제일 좋아하던 갈릭 팝콘이 사라진 거 있지?


우린 반반 팝콘이라 맛 선택이 불가능한 걸까 생각했는데 사라진 거라니 믿기지 않아.


내가 좋아하던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다니 참 슬픈 일이야. 그래도 우린 당장을 기억하기로 했어.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 고양이'처럼 귀여운 사진을 남겼지.


처음으로 같이 사진을 찍고, 갈릭 맛이 없는 반반팝콘을 나눠먹은 날.


팝콘 통을 완벽하게 비우다니 신기한 일이야.


강력한 악당도 쉽게 무찌르는 마동석 님을 보며

웃다 보니 끝난 영화.


비밀인데, 난 잠시 마려웠던 화장실도 잊고 있었나?


밥을 먹기 위해 둘러보다 하나도 마음에 안 드는 메뉴들에 고개를 가로저은 날.


이전부터 가고 싶던 식당에 방문했어.


메뉴 탓일까 자꾸만 보이는 불 때문일까 와인을 주문한 날.


잇몸 때문에 술을 끊은 지 일주일 채 되지 않아 술을 마시다니 무책임한 날이야.


우린 무작정 걸었고, 타로를 보기로 했어.


연애운을 보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내 인생에 남자가 없단 소릴 들은 거 있지?

남자가 없다니, 신경 쓰지 않으래야 신경이 쓰이는 거야.


늘 내 앞에 나타나는 말은 '자존심'.

자존심을 내려놓고 바보가 되란 소리만 가득 들은 하루였어.


자존심이 뭐기에 나는 내려놓지 못하는 걸까.

유난히 따스한 날.


너에게 전화를 걸었어,

좋아한다는 말에 또 '허허'라는 웃음만 뱉는 너.


나의 자존심은 늘 너에게만 접혀 있는데,

반응이 없단 사실이 나를 슬프게 했나 봐.


바쁜 너는 늘 나에게 답을 주지 못 해 미안하다 했고,

나는 답이 필요 없다 말했어.


우린 왜 서로를 끊지도, 끊을 생각조차 못하는 걸까.

누구 하나 답을 말해주면 좋으련만,

전화기 속 들리는 소리는 터벅터벅 걷는 소리뿐.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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