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9999 일이라는.
덥고 답답한 날이었다.
점심을 많이 먹은 탓인지 배는 불렀고,
잠기운에 뱉은 하품이 눈물을 만든 지금.
생일이란 이에게 생일 축하를 하다가도
무엇이 큰 의미인지 잠시 고민을 한 날.
그토록 지쳐있었나 멍하니 메모장을 켰다.
오늘은 내가 태어난 지 9999일이 되는 날,
태어난 뒤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겠는데 벌써 만 일 하루 전이라니.
그동안 보았던 사주와 타로는 전부 덧없다는 듯.
나에게 운명은 없을 거라 말하고,
내가 만들 것은 내 운명뿐이란다.
열심히 산다 한들 성과를 냈는지 물어본다면 미지수.
내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겠는 하루.
하품뿐인 날이지.
밀려 있는 일만이 인사를 하며 반기운 날.
오늘은 유난히 해가 뜨거웠고, 오랜만에 입은 청바지의 뒷 주머니가 뜨끈해질 정도로 더운 날이었다.
뭣이 그렇게 중한지 물어봐도 할 말 없는 요즘.
만 일도 부질없다 느껴졌고, 피곤함만이 밀려왔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건 뭐지?
내가 하고픈 건 뭘까.
나도 모르겠는 하루.
오늘은 조금 쉬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