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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llii Mar 01. 2023

Citymonk로 살고 있습니다.

새벽 4:20분


알람이 울리기 전에 실눈을 뜬다.  창틈으로 들어오는 찬 공기가 등을 쓸어 넘길까 이불을 둘둘 말고 가부좌 모양새로 앉는다.

눈을 감는다. 명상을 하는 것이다. 아니 실은 번뇌의 시간이다. 다시 잘까?! 아니야 나와의 약속을 지켜야 해! 두 개의 목소리가 싸우다 보면 10분이 훌쩍!

오늘의 승자는 ”약속한 자“이다. 온라인 새벽독서실을 열고 책상에 앉는다. 언제 졸렸었나 싶을 정도로 뇌는 맑고 밖은 조용해서 책이 나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건다.

어렵던 책도 이 시간만큼은 내게 우호적이다. 페이지가 슥슥 넘어간다.


약속된 독서실 시간이 끝나면, 미리 준비한 두툼한 옷을 입고, 핫팩을 쥐고 집을 나선다.

아직 밖은 어둡다. 이 까만 새벽에 추위를 뚫고 나온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어깨를 으쓱한다.

입김도 나오고 바람도 쌀쌀하지만, 가파른 산의 입구를 오르다 보면 금방 더워진다.

도시 한복판에 있지만, 눈에 띄지 않는 이 산은 오르는 동안 삶의 질문들을 깊게 생각할 여유를 준다.  마음속에 두더지 같이 나타났던 질문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어려운 질문들은  나무에 걸쳐두고 오르고,  무거운 문제는  벤치에 잠시 내려놓는다.  익숙한 발걸음을 옮기면 27분, 정상에 다다른다.  산은 비슷한 것 같지만 매일 다른 선물을 준비한다.  노을과 도시의 불빛을 선물로 주는 가 하면,  자욱한 안개에 너울거리는  풍경을 주고, 붉게 이글거리는 아침 해는 그중에 최고다.  오르는 길목에는 매계절마다  변화무쌍한 꽃으로, 잎으로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이 산을 오른 것은 아마도 500번은 족히 될 텐데 매일 새로운 것을 내어주는 이 산은 참 신비하다.  아카시아 잎이 무성한 여름에는 벤치에 앉아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만 보고 있어도 삶은 꽤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내려가는 발걸음에는 기대와 설렘이 있다. 오르는 길에 걸어놓은 근심은 바람이 쓸어갔는지  보이지 않고,  사뿐사뿐  가볍게 내려가다 보면,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 들과  희망찬 생각들로 나의 하루는 충만해진다.  운이 좋은 날에는 인생의 큰 축이 되는 깨달음을 얻을 때도 있다. 앞서 오른 사람의  현명한 생각인가, 자연이 나에게 주는 지혜인가?  이렇게 시작한 나의 하루는 다른 날과 확연히 다르다. 생기가 넘치고  기분이 좋다.  기분이 좋으니 모든 일이 쉽다. 어제의 걱정도 오늘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몸과 마음에 근력이 생긴다. 씩씩하게 성큼성큼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믿음. 나 자신을 오롯이 믿고 응원하는 마음!  

내일도 새벽 4:20분, 독서를 하고 산으로 간다!

CITYMONK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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