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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사 아닌가요?

by 최종일

한 제조업체를 대응하던 중의 일입니다. 고객은 본사와 해외 지사의 데이터를 통합해 판매 정보를 실시간으로 조회하길 원했고, 이에 적합한 통합 솔루션이 필요했습니다.


첫 세미나 이후, 고객은 좀 더 심화된 기술 논의를 요청했고, 저는 사내의 통합 전문가 A를 회의에 초대했습니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A에게 전달했고, 그는 세 가지 통합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후 저는 A에게 자료 작성을 부탁하고 다른 업무에 집중했습니다.


회의 당일, A가 제안서를 발표하던 중 고객의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건 우리 환경과 전혀 맞지 않는 아키텍처 아닙니까?”
순식간에 회의 분위기가 얼어붙었습니다.


그러자 A는 "전달받은 내용에 기반해 방안을 만들었다"고 말했고, 저는 "그렇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그것도 고객이 지켜보는 회의석상에서 말이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회의를 마친 뒤 돌아가는 길에서도 서로 책임 공방을 벌였습니다.
“내용을 정확히 전달해줘야죠.”
“정확히 전달했어요. 그리고 이건 팀킬 아닙니까?”


며칠 후 고객 담당자와 통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우리 회사에 우호적인 분이었지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두 분이 서로 다른 팀 소속인지 모릅니다. 관심도 없고요. 그냥 ‘한 회사’ 아닙니까? 다음에는 좋은 제안 부탁드립니다.”


그가 말한 ‘한 회사’라는 표현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매끄럽지 못한 고객 경험은 곧 회사 전체의 신뢰도에 영향을 줍니다. 심할 경우, 고객은 조직의 성숙도까지 의심하게 됩니다.


이 일을 계기로 개인적인 규칙을 정했습니다.

▫️ 지원 요청 시, 요건을 세심하게 전달하자

▫️ 작성 요청한 문서는 반드시 사전 검토하자

▫️ 무엇보다 고객 앞에서는 꼴사나운 모습 보이지 말자





#프리세일즈 #presales #한회사 #seamless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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