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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Oct 30. 2020

다시 11월

나는 왜 브런치에 글을 쓰는가?



오전에 글을 쓴다.

머리가 가장 맑은 시간이라니, 뭔가 새로운 게 나올까 싶어서다. 일기 같은 글을 끼적거리고, 읽은 책에 관해 쓰기도 한다. 며칠에 한 번은 서랍에 저장해 놓은 글을 다듬어 브런치에 올린다.


나는 왜 브런치에 글을 쓰는가?

글은 왜 쓰는가?

며칠째 의문이 머리를 맴돌았다.


몇 달 전, 글쓰기 공부를 함께 한 이는 브런치에 들어와 글 몇 편을 보더니 ‘감정의 배설, 일기’ 같은 글이라고 내게 말했다. 그런 말을 들어도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여겼다. 그 이후에도 나는 계속 글감이 있으면 썼고, 책은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리뷰를 썼다.


그런데 시월 중순, 반납 기일을 일찌감치 넘긴 책 두 권에 관해 쓰고 난 후부터 글이 써지지 않았다. 쓰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달력을 보니 11월이 코앞에 와 있었다.


다시 11월이 다가왔다.

11월은 신춘문예의 계절이다. 쓰다 만 단편 소설이 떠올랐다. 늘 그대로인. 이 상태라면 더 나아질 희망도 없어 보이는. 올해 초까지 쓰다 만 나의 글들은 폴더에서 잠잠하다. 더 이상 수정한 파일이, 추가한 파일이  없다.


뭘 그렇게 애쓰니? 날씨도 좋은데 여유 있게 읽고 싶은 책 읽으며 계절을 즐기면 되지.

그래 그게 좋겠어.


오전에 나는 글 쓰는 대신 커피와 간식, 손원평의 ‘아몬드’를 끼고 강을 내려다보는 벤치로 나갔다.


아몬드는 앞부분이 가장 좋았다. 짧고 긴 문장은 리듬감 있게 매끄러웠다. 개성 있는 주인공이 흡인력 있게 나를 끌어당겼다. 간밤에 반 정도 읽다가 덮고 잤는데, 오전에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 소설은 그래야 했다. 줄거리와 등장인물이 다소 평범하더라도. 뭔가 특별한 게 있어야 했다. 책의 앞부분이 아쉬운 걸 커버했다.


그간 책 보는 눈만 좋아졌다. 쓰지는 못하면서.


손원평은 2013년 8월 한 달간 이 책의 초고를 썼고, 다음 해 말 한 달간 고쳤고, 2016년 초 다시 고쳤다고 했다. 그러니 '아몬드'는 작가가 3 년에 걸쳐 쓴 책이었다. 독자는 이틀이면 읽는 책이지만.


강변 바람이 찼다.

가져간 숄을 깔고 앉았다가 나중에는 둘러쓰고 바람 스미지 않게 여며야 했다. 한 시간 남짓 가을볕을 쬐다가 추워서 집에 들어왔다. 오후에 다시 산책을 하려다 미룬 숙제 하듯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썼다.


글을 왜 쓰는가?

단편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이 모든 게 욕심일까?


나는 답을 찾지 못했다.




#손원평의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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